금년 1월 지방발령으로 졸지에 자취생이 되었다.
회사에서 구해준 원룸에 들어가서 생활해야하니 그리 되었다.
<원룸 소개>
사무실에서 1.09km 떨어진 곳에 원룸을 구했다.
신축건물이라 깔끔하긴 하나, 페인트 냄새 등 신축건물 특유의 냄새가 못내 부담스럽다.
엘리베이트 없는 5층 건물인데, 맨 위층 맨 안쪽에 있는 방을 골랐다.
층간소음에서 해방될 수 있으리란 기대였는데, 역시 그 선택은 탁월했다.
평수는 원래 개념이 없으니 그냥 거실은 싱글침대 4개 정도 너비가 되고,
드럼세탁기, 에어컨, TV, 할로겐 렌지, 냉장고는 구비되어있었다.
오르내리기가 약간 불편한 점, 주차공간이 협소한 점 빼고는 별 불만 없다.
건물 그 자체에 대하여는..........
그리고 화장실이 따로 있으니 굳이 공간분할을 따지면 투룸이라고 우길 수 있으나, 그리한 들 남는 게 없으니 그럴 필요가 없겠다.
Tip : 원룸같이 대충 만든 건물에 세드실 경우 가급적 위층으로 가시라. 층간소음에서 해방된다.
<이웃집>
바로 옆집에는 주인 내외만 살고 사람도 좋아 보인다.
그런데 딱 세 가지 문제가 있다.
부부관계가 너무 좋다는 것과 취침시간이 빠르다는 점과 그 집 침대가 내 방과 붙어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지난 1월에는 한 동안 저녁마다 무릎의 통증을 견디고 이웃집과 접해있는 벽 앞에 서서 감청활동을 하느라 무릎에 무리가 좀 갔는데, 이제는 감청활동을 중지했다.
중지한 이유는 감청결과 특이사항이 없고, 감청기대를 전혀 충족시켜주지도 않았고, 심하게 조용했기 때문이다.
뭘 감청했냐고 묻지마라.
자나깨나 간첩조심이라고 혹시 단파라디오 듣는 거 아닌지 감청했는데 간첩이 전혀 아니더라.
수근거리지도 않고, 가끔씩 신음소리만 들렸는데 아마도 경락마사지를 하거나 맞고쳐서 손목때리기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락마사지나 고스톱은 간첩하고는 안어울린다.
주인집 말고 맞은 편에 두 집이 더 있는데 모두 나보다 조금 어린 홀애비라서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Tip : 침대 위에서 맞고를 치거나 마사지를 할 때, 침대를 벽에 바짝 붙이지 말 것. 침대가 벽을 규칙적으로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면 옆 집에서 스톱워치로 당신의 역량을 체크하고 있을 수 있음
<청 소>
원룸 생활 하루만에 부딪힌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세상에..
내 머리카락이 이렇게나 많이 빠졌던가?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는데 혼자사니 왜 그리 자주 눈에 띄는지..
처음에는 하루에서 서너번씩 틈날때 마다 걸레질을 했었는데, 이제는 발에 묻혀서 침대 밑으로 슬쩍 밀어버리는 내공을 사용하거나 그냥 머리카락도 하루정도는 여유롭게 세상구경하게 내비둔다.
먼지도 장난이 아니다.
창문닫아 놓고 생활하는데도 하루만 지나면 앉은뱅이 책상 위에 먼지가 쌓인다.
내가 참 더러운 사람이란 거 새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새로 정전기를 이용하여 먼지와 머리카락을 쓸어모으는 거 하나 장만했다.
유용하다. 원룸 출입구에서 침대까지, 침대에서 화장실 입구까지 눈길을 내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강추이다.
Tip : 혼자 살 때는 바퀴벌레와 친해지고 많이 배우도록 해라. 손발이 편해진다.
<필요 물품>
인간이 참 구차한 존재이고, 살아가면서 주위사람에게 엄청나게 많은 신세를 져야하는, 어찌보면 지구 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동물이란 것을 새삼 느꼈다.
사람 하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이 어찌나 많은지....
가전 - 세탁기, 에어컨, TV, 전자렌지, 냉장고, 밥통, 드라이어, 탁상시계, 스피커, 다리미...
주방 : 국그릇, 밥그릇, 반찬그릇, 반찬용기, 냄비, 도마, 숟가락, 젓가락, 세제, 호일, 랩, 비닐, 칼, 가위, 과도, 고추, 마늘, 파, 소금, 간장, 식용유, 각종 반찬, 쌀................
기타 : 다림질판, 빨랫줄, 옷걸이, 행거, 슬리퍼, 모기향, 쓰레기통, 빗자루, 걸레, 달력, 분무기, 손톱깍기, 면봉, 침대, 이불, 베개, 시트, 세제, 섬유유연제, 비누, 치솔, 치약, 면도기, 샴푸, 빗, 화장지, 행주, 걸레.....
짐승들은 제 몸만 옮기면 살아가는데 인간이란 것이 도구를 만드는 동물이 아니라 도구에 예속된 동물임을 실증한다.
Tip : 사람으로 태어남에 감사하라. 당신도 모르는 수천명이 당신을 삶을 도와주고 있떠라.
오늘은 여기까지...다음에는 자취생활의 필살기가 나옵니다.
2011. 2. 25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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