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요일...오전...
마지막 장마비가......
섭섭지 않게 내렸습니다.
......

우리 아파트 뒤에는
잘 생긴 밤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작년 겨울에 이사오면서
인사한 사이입니다.

이를테면....우리는...
아는 사이지요.


점심 무렵.......
집을 나서는데....
그 밤나무 아래에는 ....

작은 밤송이가
여기....저기...에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여물지 못한 채...
까칠한 밤송이가
오전 내 내린 빗물을 가득 머금고
......


그 밤나무는....

이제 본격적으로

밤송이를 키울 준비를 하나 봅니다.


지난 늦은 봄,

온 동네를....화사하게...

혹은..

혼곤하게 향기를 뿌리며

꽃을 피우고..

꽃받이를  하고..

작은 열매를 알알이 맺더니..

이제..

땅의 거름기와..

햇살의 도움과...

바람과..

비....

이런 것을 모두 감안하여..

가을까지 가지고 갈 밤송이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버림받은 밤송이들이..

오전 내 내린 빗물의 무게에..

한꺼번에 떨어진 것입니다.


밤나무의 욕심이라면

떨어진 밤송이가

다시 흙으로 스며들어,

또 다시 나무로 되돌아오기를 바라지만..

도시의 아스팔트가

가로 막을 것은 알지 못했겠지요.

..................



더운 여름을 잘 나려면...

알찬 가을결실을 보려면...

우리네도 밤나무처럼

많이 버려야 하나 봅니다.


2007. 7. 31  맑은날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