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를 들어서자 가을이 흥건하니 고여 있었다.
가을은 물처럼 흐른다.
위에서 아래으로,
봉우리에서 골짜기로,
나무 꼭대기에서 뿌리로 흐른다.
가파른 능선에서는 빨리 흘렀다가, 깊은 계곡에서 한참이나 고여서 맴을 돌다가 흘러간다.
골짜기에 흥건히 고인 가을 위로 부끄럽게 물든 고운 단풍이 떨어지고,
겨울준비에 바쁜 작은 짐승들이 가을을 밟고 다니느라 나즈막하지만 부산을 떨고 있었다.
산 위에서 흘러 내려오는 양만큼의 가을이 다시 계곡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수락산 초입에서 나와 스쳐내려간 가을은 다음 날이면 집 앞에서 보리라 인사하고 산을 올랐다.
석림사를 지나자 성급한 나무 몇 몇은 벌써 나목으로 서 있었다.
멀리서 보아하니 생강나무와 진달래 나무들이다.
산벗나무와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가 단풍의 주종을 이루었고, 드문드문 보이는
단풍나무의 새빨간 단풍도 멋진 발화점이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늘 푸른 소나무도 잔솔가지 아래마다 낙엽이 노랗게 숨어서 물들고 있었다.
내년 봄에 새로 돋아날 새 잎만큼,
혹은 올 봄에 새순을 올린 양만큼을 가을이 다 가기전에 바람따라 떠나 보낼 것이다. 
<바위가 없는 육산은 포근하지만 지루하기 쉽습니다. 바위는 산의 뼈가 됩니다.>
산을 떠나오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시원한 바람을, 나무와 풀들을, 산세와 바위의 멋진 풍경을 좀 더 많이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아직 초보라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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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 메모지 한 장이 붙어 있는데, 그 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
올 봄 산행을 처음 시작하면서 산을 잘 아시는 분에게 서울 인근에 오를 만한 산에 대하여 자문하여
받아놓은 리스트이다.
그 당시 계획은 올해가 다가기 전에 7개의 산봉우리를 다 밟으리라 생각했는데,
현재의 진도로 보아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북한산, 관악산,청계산, 수락산...아직 3개가 더 남았다.
10월 26일 수락산을 밟았다.
장암역까지 전철로 가서 수락산 봉우리를 밟은 다음, 수락산역으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단풍이 하도 고와서 몇 자 주절거렸다.
20071107 맑은날
가을은 물처럼 흐른다.
위에서 아래으로,
봉우리에서 골짜기로,
나무 꼭대기에서 뿌리로 흐른다.
가파른 능선에서는 빨리 흘렀다가, 깊은 계곡에서 한참이나 고여서 맴을 돌다가 흘러간다.
골짜기에 흥건히 고인 가을 위로 부끄럽게 물든 고운 단풍이 떨어지고,
겨울준비에 바쁜 작은 짐승들이 가을을 밟고 다니느라 나즈막하지만 부산을 떨고 있었다.
산 위에서 흘러 내려오는 양만큼의 가을이 다시 계곡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수락산 초입에서 나와 스쳐내려간 가을은 다음 날이면 집 앞에서 보리라 인사하고 산을 올랐다.
석림사를 지나자 성급한 나무 몇 몇은 벌써 나목으로 서 있었다.
멀리서 보아하니 생강나무와 진달래 나무들이다.
산벗나무와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가 단풍의 주종을 이루었고, 드문드문 보이는
단풍나무의 새빨간 단풍도 멋진 발화점이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늘 푸른 소나무도 잔솔가지 아래마다 낙엽이 노랗게 숨어서 물들고 있었다.
내년 봄에 새로 돋아날 새 잎만큼,
혹은 올 봄에 새순을 올린 양만큼을 가을이 다 가기전에 바람따라 떠나 보낼 것이다.
<단풍나무는 이름 그대로 가을단풍의 상징입니다.
해를 사이에 두고 단풍잎을 보면 잎맥 하나하나에 맺힌 가을이 보일 것입니다.
수억킬로미터나 달려온 햇살이 단풍잎에 부딪히자마자 가볍게 부셔지는 것이 보이지요>
장암에서 수락산 정상을 향한 길은 비교적 한산했다.
노부부에게 길을 물어가며 타내려오고 있는 단풍의 불길을 거스러며 산등성이를 타고 올랐다.
멀리 기차바위가 보였다.
수락산 바위는 북한산이나 관악산의 그것보다 더 늙어 있었다.
오랜 세월, 그리고 그 간의 바람과 비와 눈을 견디면서 약한 부분은 먼저 닳고,
바위 사이는 성기어 그 틈으로 들어간 물들은 다시 바위를 서서히 흙으로 바꾸고 있었다.
바위 사이의 작은 틈새로 먼지가 몇 겹 쌓이고,
그 틈새에 바람따라 내려앉은 물푸레나무, 생강나무, 소나무씨앗이 싹을 틔우며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데
몇 몇은 재작년 가뭄에 말라 죽었는지, 바위에 꽂힌듯한 어린 고사목이 바람에 제 몸을 깎이우고 있었다.
그 여린 뿌리들은 앞으로 그들의 자람의 힘으로 그 바위를 서서히 허물어 갈 것이고,
그렇게 허물어진 바위는 다시 모래로, 흙으로 바뀔 것이다.
기차바위를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이 나타났다.
좁다란 정상에서 사방을 잠시 관망하고 다시 발길을 계속했다.
산을 떠나오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시원한 바람을, 나무와 풀들을, 산세와 바위의 멋진 풍경을 좀 더 많이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아직 초보라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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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 메모지 한 장이 붙어 있는데, 그 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
올 봄 산행을 처음 시작하면서 산을 잘 아시는 분에게 서울 인근에 오를 만한 산에 대하여 자문하여
받아놓은 리스트이다.
그 당시 계획은 올해가 다가기 전에 7개의 산봉우리를 다 밟으리라 생각했는데,
현재의 진도로 보아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북한산, 관악산,청계산, 수락산...아직 3개가 더 남았다.
10월 26일 수락산을 밟았다.
장암역까지 전철로 가서 수락산 봉우리를 밟은 다음, 수락산역으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단풍이 하도 고와서 몇 자 주절거렸다.
20071107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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