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꽃샘 추위로 영하의 날씨입니다.

3월 중순에 어울리지 않는 외투를 입고 골목길을 걸어 오는데,

반짝이는 무엇이 눈길을 잡습니다.

 

골목길을 접한 어느 집 담장너머에

모과나무 새순이 연두색으로 움을 내민 모습이었습니다.

잠시 눈길을 주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꽃샘추위라지만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습니다.

밤 기온이 영하라지만 봄은 어느새 오고 있었습니다.

 

봄은 한겨울에도 짙푸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나 대나무가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길 모퉁이에서 한 뼘의 햇살을 받은 냉이에서,

담장너머 메마른 모과나무 가지에서,

북쪽을 면하여 자리한 목련의 토실한 움에서

봄은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봄은,

기어이,

끝끝내,

그럼에도

오고야 마는 것인가 봅니다.

 

2011. 3 .18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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