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요새는 잠이 안온다.

갈대밭 노루새끼처럼 살풋 잠들어도

살아생전 눈길 한번 안주던

너거 애비가 자꾸 꿈에 나타난다야

 

오늘은 일어나봉께

삼치 장날인기라

그래서 달아난 잠도 쫒고

너거 애비 새초롬이 보던

능글거리는 눈빛도 떨잘라꼬

장에 갔더라

 

물메기가 물이 좋아 두어 마리 샀다

겨울에는 그냥 딴기 없다

무시 송송 썰어넣고

고춧가루 덤벙 덤벙 넣어서

팔팔 끓여 한 대접 묵으모

서울 바람이 시리다 캐도

한 나절은 거뜬할끼다.

 

여다가 이것만 보내기 심심해서

니 좋아하는 알배기 배차도

멫 포기 넣었다

너거 마누라는 안좋아하니

고마 니 손으로 물기만 쓱 흘려서

씻차 무라.

 

아이구 말이 길다.

우야든둥 술 좀 적기 묵고 담배도 줄이고

욕심내지 말고 살그라

길 미끄러운데 조심해서 댕기고

내가 여지껏 살아봉께

별기 없더라

 

사는 기 그냥 쭉 한길로

가는 거 아이겄나

제 깜냥껏 등짐에 짐이 실리는 기고

못지면 그냥 길바닥에 버리뿌라

사는 기 뭐 특별한기 있나

 

말이 길다.

춥어도 내는 보일라

빵빵틀고 사니께

내 걱정말고 니나 건사 잘하고

살아라

 

그라모 설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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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시골에 홀로 계신 노모께서 보내신 소포꾸러미에 든 편지글을 카스에 올렸기에 허락없이 퍼왔습니다.

퍼내어도 줄지않는 샘처럼 끝없는 모정을 생각해봅니다.

모정을 느끼고 배우며 한 가슴 따스하게 긴 겨울나시기 바랍니다.

 

2013. 1. 15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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