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일기...
첫째, 무조건 집을 떠나서 외박을 해야한다.
둘째, 소금물에 몸을 담궈야 하나, 아니면 계곡물에 몸을 1회 이상 담궈야 한다.
셋째, 부담이 될 정도의 비용이 소모되어야 한다.
물론 사는 형편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이 나라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고 하려면, 적어도 위 세 가지는 충족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름에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다만 세 번째 조건은 제대로 충족되지 않은 듯 합니다만 나쁜일은 아니지요.
이번 휴가는 서울시에서 Hi-Seoul 축제의 일환으로 추정되는 “가족생활체육캠프”에 참가하는 것으로 때웠습니다.
오대산 월정사 가는 길에 있는 텐트촌에서 100여 가족(총 400명 정도)이 8/1부터 8/3까지 텐트를 치고 각종 행사를 하는 것에 동참을 한 것입니다.
7월 중순경 신문에서 행사를 확인하고 곧바로 참가비 7만원을 내고 행사참가 신청, 당첨되었습니다.
사실 텐트에서 잠을 잔 것은 학교다닐 적에 해본 이후 한번도 없었기에 영 내키는 것은 아니었는데, 아이들에게 텐트생활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되어 용기를 팍 내었습니다.
8월 1일 출발과 도착
버스로 출발하는 가족도 있었지만, 짐이 부담스러워 승용차로 8시30분에 출발했는데 휴가 피크인지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
오대산에 1시까지 도착하여야 하는데 2시정도 되어서 도착했는데, 텐트촌에는 반 정도 도착하여 텐트를 치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비닐 2개를 깔고 집을 한 채 지었습니다. (15분 소요)
텐트를 치고 늦은 점심은 라면으로 떼웠는데, 산에서 먹는 라면 맛은 역시 달랐습니다.
두 녀석는 사흘은 굶긴 것처럼 굴었습니다.
오후 3시부터 전체 참가 가족을 4개조로 나누어서 조구호, 조율동, 노래를 배웠습니다.
우리 가족은 토마토가족이었는데 율동과 노래 및 구호가 가장 어려운 듯 하였습니다.
마눌은 제가 율동하는 게 너무 어색해서 넘사스럽다면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 꿋꿋이 했고, 그래서 1/3가량은 배웠습니다. ^^;
30분 정도 훈련을 한 뒤, 가족별로 가족이름을 짓고 그 이름으로 가슴에 붙이는 명찰과 깃발을 만들라는 특명이 내려왔습니다.
머리를 맞댄 결과 우리가족의 이름은 『꾸물이네』로 결정하고 가족상징물은 달팽이로 정하고 명찰을 제작하였습니다. (윤석이 별명이 꾸물입니다)
마침 사회자가 지나가다가 보고 마이크로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떠드는 바람에 옆에 있는 가족의 시선을 받았습니다.
저녁식사는 삼겹살을 구워서 온 가족이 맛나게 먹고 가족장기자랑과 노래자랑으로 이루어진 밤 행사에 참가했는데, 우리가족은 손바닥에 불이 날 지경으로 박수만 치다 왔습니다. ㅠㅠ;
7인용 텐트라고 했는데 잠자리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엔간한 짐은 차에 실었는데 5명이 자기엔 영 불편했습니다.
경욱이 놈이 옆에 누웠는데 잠은 자지 않고 베게에 집착하면서 밤새 머리를 디미는 바람에 몇 번이나 자다 깼습니다.
참, 텐트생활은 옆집 아저씨의 코 고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답니다.
8/2일 이틀째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해먹고(밥과 설거지는 제가 도맡아 했습니다.) 9시부터 열리는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오전행사는 고무동력 글라이더 만들기와 날리기 대회였습니다.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서는 자신있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인가 만든 적이 있기에 설계도는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뚝닥거리면서 40분 정도 걸려서 만들었는데, 너무 빨리 만들어서 2등으로 만든 가족보다 1시간은 빨리 만들었습니다.
사회자가 나와서 한번 날려 보라고 해서 날렸는데 아주 멋지게 창공을 선회하다가 우아하게 착륙했고, 참가 가족 모두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윤석이와 경욱이는 우쭐하면서(사실 저도 약간 우쭐했슴다) 신이나서 뛰어 다녔습니다.
너무 빨리 만든 덕에 그때부터 두시간 동안 3가족의 글라이더를 만드는 바람에 온 손이 풀칠로 엉망이었습니다.
3시간 정도 지나서 남들어진 글라이더중 잘 만들어진 글라이더, 조별로 가장 오래 나는 글라이더에 대한 시상을 했는데 당근 잘 만들어진 글라이더 8대에 포함되고 우리 조에서 가장 잘 나는 글라이더로 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2개)
그리고 각 조별로 가장 잘 나는 글라이더끼리 왕중왕을 뽑았는데 왕중왕이 되어서 다시 상을 받았습니다.(현재 4개)
오후에는 개울에서 물고기잡기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였습니다.
물고기 잡기를 하기 전에 가장 빨리 잡는 가족과 가장 큰 물고기를 잡는 가족, 가장 많은 물고기를 잡는 가족들에게 시상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물고기 잡기에서 가장 먼저 잡아서 상을 탔지만, 제일 많이 잡았는데 일부러 상을 타지 않았습니다.(현재 5개)
진행요원들이 슬슬 눈치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옆집에 미안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잡기를 마치고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는데 아이들만 수영장에 밀어 넣었습니다.
수영장에서 실시한 보물줍기(바둑알 줍기)에서 윤석이가 성공하여 다시 상을 받았는데, 결국 상을 주던 진행요원이 “꾸물이네는 너무 많이 받아가는 거 아닙니까?”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최종 6개 ^^)
그날 밤에는 캠파이어가 있었는데, 비가 약간씩 내렸지만 온 가족이 손에 손을 잡고 기차놀이 등을 하면서 어울려 춤을 추고 놀았습니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나하는 것 같았고,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날 밤 행사를 마치자 텐트를 걷고 출발하는 가족이 많았습니다.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 탓이었지요.
우리가족도 진지하게 회의를 한 다음, 회의결과에 상관없이 제 의견대로 밤 11시에 텐트를 걷고 철수하였습니다. ㅡ.ㅡ;
오늘 길은 국도를 이용해서 정체는 면했는데 졸음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이렇게 2005년 휴가를 마쳤음을 보고드립니다.
충~성!!
2005. 8. 8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