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杞憂)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기나라 사람의 걱정'이 되는데, 중국 주나라 시대의 작은 나라인 기나라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몸 붙일 곳이 없을 걱정을 한 나머지 잠자는 것과 밥 먹는 일을 그만 두었다는데서 나온 우화(寓話)이지요.
둘째 경욱이를 보면 기우란 말이 종종 생각나서 하는 말입니다.
윤석이는 태평스러울 정도로 낙천적이라서 걱정인데, 경욱이는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합니다.
지난 봄 어린이 날에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였는데 경욱이는 그 전날부터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엄마! 내일 학교에 가면 어디로 가야해? 교실로 가야해 아니면 운동장으로 가야해?"
"그냥 운동장을 가면 될 거야."
"그럼 운동장 어디로 가야하는데?"
"운동장에 가면 아이들이 스탠드에 모여 있을 거야."
"스탠드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데?"
"그냥 가서 반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돼."
"반 친구들이 모여 있지 않으면 어떡해?"
이런 식으로 걱정에 걱정을 더합니다.
애들 학교는 이번 월요일에 개학을 하였는데, 지난 일요일 저녁에 경욱이는 진지하게 걱정을 시작합니다.
"엄마! 나 언제 2학년 되는거야?"
"내년 봄에 2학년이 되지."
"그런 난 몇 반이 되는데?"
"그거야 그때 가봐야 알지."
"그럼 2학년이 되어서 첫날 학교 갈 때 어느 교실로 가야하는데?"
".................."
경욱이는 결국 내년 2학년이 되면 어느 교실로 가야할지가 걱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안심시켜보지만 내심으로는 그런 걱정을 지울 수가 없나 봅니다.
비관주의도 낙관주의도 아닌,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갖기란 보통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상의 일을 수도자나 도인의 경지에서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걱정을 해서 불면증에 걸리고 병이 나는 것도 지나친 경우이고,
지나친 낙관주의로 걱정 한 번 하지 않다가 의외의 실패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사회에서의 적당한 염려는 굳은 땅을 딛으며 살아 가도록 하는
바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나라 사람의 걱정을 듣고 열자(列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하늘과 땅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자도 역시 잘못이다. 인간이 어찌 천지의 조화를 다 알 수 있는가?"
어쩌면 경욱이의 걱정을 걱정하는 저의 걱정이 바로 기나라 사람의 걱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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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 여름에 대부도를 다녀왔습니다.
석양을 보는 두 아이들 담아보았습니다.
밑의 그림은 윤석이가 찍은 개망초입니다.
아무 곳에서나 흔히 보이는 야생화입니다.
2003. 9. 2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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