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3)
친구(2)에 말한 K가 포항에서 경찰생활을 할 때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할까요?
K는 어쩌다가 할머니 한 분을 마약관리법인가 하는 법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하여 처리한 일이
있었답니다.
그 할머니는 혼자 사시는 분인데 집 뒷마당에서 양귀비를 몰래 키우다 들킨 것이지요.
양귀비 열매가 아편의 원료가 되는 것은 아시죠?
그래서 양귀비는 재배가 금지되었고, 몰래 재배하다가 들킬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답니다.
어쨋거나 신고가 들어온 건이라 K는 정식으로 입건하여 검찰에 올렸고, 그 할머니는 결국
재판정에 서게 되었답니다.
K는 담당자로서 재판정에 출석을 했지요.
그 날 담당판사는 다소 어린 여판사였고 미혼이었다지요(에구 부럽다.. 얼마나 빨리 합격했으면...)
먼저 검사가 논고를 한 다음 법 따라 구형을 하였지요.
그러자 판사는 할머니가 키운 양귀비의 양이 얼마 되지 않고, 혼자 어렵게 사는 점을 감안하여
봐주려고(선고유예??) 질문을 하였답니다.
여판사 : 할머니~ 제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잘(?) 하셔야 합니다.
할머니 : 예~ 그럼요.
여판사 : 할머니가 양귀비 키운 건 그냥 할머니가 아플 때 쓸려고 키운거지, 팔려고 키운 건 아니지요?
(원래 판사가 이런 유도심문을 하면 안되지만 가끔은 법에도 눈물이 있답니다)
할머니 : 아이구 곱기도 해라.. 얼마나 똑똑했으면 저 어린 나이에 판관을 다 할꼬....
여판사 : ...............-_-;;.........
할머니 : 손주 며느리 했으면 좋겠다. 그래 결혼은 했수?
여판사 : 할머니~ 다른 말씀은 그만하시구요. 제가 묻는 질문을 잘 듣고 대답을 잘하세요. 그냥 약에 쓸려고 양귀비 키우신거 맞죠?
할머니 : 아~앵초오(앵초 : 양귀비)? 아이구 그게 어디 약이나 되나... 그냥 돈이나 좀 볼려고 키운 거지...
여판사 : 할머니....이거 중요한 질문입니다. 다시 대답 잘 하세요. 그냥 할머니 신경통에 쓸려고 키운 거 맞지요?
할머니 : 아니래도 그러네. 그저 용돈이나 좀 벌려고 키웠지...
참다 못한 검사도 거듭니다.
검사 : 할머니~ 판사님 말씀 잘 듣고 그냥 '예'라고 대답하세요.
그래도 그 할머니는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답니다.
방청석에 있던 K는 원래 웃음이 헤픈 관계로 그날 배가 아파 죽을뻔 했다네요.
그 소신파 할머니 어찌 되었냐구요?
고집 때문에 벌금 좀 맞았다데요.
벌금을 내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이 안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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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입니다.
앵속·약담배·아편꽃이라고도 합니다.
꽃은 5∼6월에 흰색·붉은 색·자주색 등 여러 가지 빛깔로 피고, 익지 않은 열매에 상처를 내어
받은 유즙을 60℃ 이하의 온도로 건조한 것이 아편입니다.
민간에서는 열매와 식물체를 분리해 두었다가 응급 질환에 사용했습니다.
아편을 담배와 함께 피면 마취 상태에 빠져 몽롱함을 느끼고 습관성이 되면 중독 현상이 나타나
며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네요.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의 황후이며 최고의 미인이었던 양귀비에 비길 만큼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랍니다.
2001. 6. 4 맑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