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전화받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벨 소리가 3번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하며, 늦게라도 받으면 ‘늦게 받아서 죄송합니다’란 멘트가 들어가야 한다.
전화를 돌려줄 때에도 여간 긴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좀 전에 전화가 왔다.
직원들이 바빠서 못받는 통에 내가 당겨받게 되었다.
“늦게 받아서 죄송합니다. 000회사 00부서 팀장 맑은날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 ”
저음의 남자인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전화 잘못 걸었다구요.”
'아따! 그 자식 퉁명스럽기도 하네.... '
딸! 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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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욱이가 어저께부터 집필(執筆)활동에 들어갔다.
퇴근하니 마눌이 종이 쪼가리 몇 장을 가지고 와서 경욱이가 지은 만화책이라면서 보여준다.
A4 종이를 4등분한 종이인데, 맨 앞 장에 “《졸라맨의 영혼》, 제 1 권 ”이라고 적어놓았고 그 다음부터 졸라맨이 악당하고 칼싸움하는 그림 5장이 연속되어 있었다.
줄거리(?)는 졸라맨이 칼싸움을 하면서 악당에게 칼을 맞아도 죽지 않고, 이를 궁금해하는 악당에게 졸라맨이 ‘하!하!하! 나는 졸라맨의 영혼이다.’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리고 다시 한 권이 더 있었는데, 그곳에는 “《졸라맨의 영혼》, 제 2 권 ”이라고 표지만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아! 2권의 내용이 무지 기다려 진다.
오늘 퇴근하면 집필이 끝나있었으면 좋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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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이가 어제 놀이터에서 가방을 하나 주웠다.
그날 윤석이는 학교를 파하고 좀 늦게 들어왔는데 가방을 놓고서 곧장 놀러 나가더니 30분 쯤 지나서 돌아오면서 가방 하나를 주워온 것이다.
그 가방은 윤석이 실내화가 들어있는 신발 주머니였다.
학교 마치고 오면서 놀이터에 놀면서 두고 온 것을 주워온 것이다.
잊어먹고 오는 일은 워낙 잦은데, 그렇게 제 가방을 다시 주워오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어서 칭찬을 해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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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무실 옆 공터에는 공사를 하고 있다.
그 공터는 지난 달까지 주차장으로 사용되었는데, 건물을 지을 모양인지 이번 달 들어 주차장을 폐쇄하더니 그저께부터 땅을 파고 있다.
그 공터에는 30년은 되어 보이는 오동나무 두 그루가 있었는데, 아침에 보니 그 나무가 없어져 버렸다.
2003년 4월초 이곳에 처음 이동발령 받아 왔을 때 삭막한 사무실 주변의 풍경 중에서 유독 그 오동나무 두 그루에 가득 핀 보라색 꽃만이 봄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지난 겨울에 그 가지마다 얹힌 눈꽃도 기억나는 풍경의 하나이다.
한여름 내내 푸르름을 뽐내던 풍성한 잎사귀가 10월 들면서 생기가 없어지더니, 중순들면서부터 초록이 빠지지도 못하고 잎사귀가 오그라들면서 그 큰 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오동나무의 낙엽은 그렇게 체념하듯이 툭 툭 떨어진다.
그러더니 그 나뭇잎을 채 떨구지 못하고 뿌리채 잘라나간 것이다.
나무둥치의 체수로 봐서 악기는 되지 못하였겠지만 다정하고 아리따운 손길을 가진 어느 아낙의 옷장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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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다 저뭅니다.
출근길에 보니까, 벚나무가 붉은 잎새를 뚝뚝 떨구면서 나목으로 변해가고 있더군요.
가을이 다 가기전에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씩 만드셨으면 좋겠네요.
오래 기억에 남을 그런 추억을...........
2004. 10. 29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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