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10리 흙길을 찢어진 우산들고 등교하던 산골소년이,

흙탕물에 미끌거리는 고무신을 몇 번이나 추스려 신다 끝내는 한 손에 움켜들고 등교하던

산골소년이 이제는 비오는 출근길에 차 막힌다고 투덜댑니다.



훌쩍 커 버린 소년의 어린 날의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벌써 그 소년보다 몇배는 영악해져버린 소년의 아들 이야기,

나무와 풀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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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요

화분이 하나 있어요.

치자나무 화분이지요.

올 봄에 동네 화초가게에서 7천원주고 샀지요.

그 화분에는요.

벌레가 두마리 살고 있어요.

주홍색 등딱지에 까만 점이 일곱개가 있지요.

그래서 그 놈들의 이름은 칠성무당벌레래요

아마두 일곱개의 별을 가졌다는 뜻 같은데요 참
멋있는 이름이지요?

우리 가족이 하는 주말농장의 배추잎에 놀고 있던 놈들인데요

이놈들의 먹이는 글쎄 진딧물이래요.

때 마침 치자나무에 진딧물이 끼어서 어쩌나 하고 고민이었는데 마침 잘 되었지 뭐예요.

그놈들은 지금 며칠째 치자나무에 붙어서 떠나질 않네요.

맘 내키면 항상 떠날 수 있도록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았지요.



그리고 우리 집에는 또 이상한 놈이 여섯 있어요

배가 덩치에 비하여 엄청 부르구요 꼬리가 달린 놈이지요

물에서 살아요.

궁금하죠?

고게 모냐면요

올챙이예요.

옆집에 사는 사람이 시골에 가서 잡아 온 것을 몇 마리 분양해 준 건데요

프라스틱 팻트병을 잘라서 만든 어항에서 잘 놀고 있어요.

고놈들의 먹이는요, 물에 불린 밥알과 빵부스러기인데요.

두 알 정도만 주면 고놈들이 엄청 작은 입으로 앙증맞게 뜯어 먹는답니다.

어느 정도 크면 세상으로 보내야하는데 참 고민이네요.

집 주위에는 마땅한 개울이 없거든요.

그래서 개구리 때까지 키워볼까 하구도 생각하는데 자신이 없네요.

자라는 거 봐가면서 보내줄 때를 결정해야 할까 봐요.

이놈들은 배가 부르면 시도 때도 없이 자는가 봐요.

오늘 아침에도 자고 있었거든요.



참, 이상한 녀석 하나를 빼먹을 뻔 했네요.

그놈이 아직 톱밥으로 만든 흙 속에 있어서 그놈 얼굴을 못봤는데요.

지금 한창 애벌레에서 곤충으로 탈바꿈하기 위하여 준비 중인가봐요.

올 봄에 큰녀석이 유치원에서 받아온 것인데요.

장수풍뎅이래요.

프리스틱 용기에 담긴 톱밥 흙 속에 있는데요 애벌레 때는 곧잘 꼼지락 거리는게
느껴지고 가끔 용기 밑바닥으로 내려와서 몸을 조금씩 보여줬는데요.

이제는 성충으로 탈바꿈을 하느라 가운데에서 웅크리고 움직이질 않네요.

다 커서 나올 때 껍질 벗는 거랑, 우화등선하는 모습을 꼭 봐야하는데,

일이 바빠서 가능할 지 모르겠네요.

오늘 아침에도 들여다 봤는데 아직 그런 기미는 안 보이더라구요.

이놈도 빨리 자라면 밖으로 보내줘야 할 거예요.

끝까지 키울 자신은 없거든요.



회원님들 중에 이놈들을 끝까지 키울 자신 있는 분 계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드릴께요. 공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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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무당벌레와 장수풍뎅이, 그리고 풍뎅이입니다.

칠성무당벌레는 TV광고에도 나온 멋진 넘이죠.

그리고 영화에도 나온 것 같은데.. 벅스라이프..

등에 난 일곱개의 까만점과 윤기나는 등딱지가 참 예쁘지요.


그리고 장수풍뎅이는 잘 모릅니다.

그냥 풍뎅이는 어릴 때 많이 잡았구요, 보통 검은 색인데,

가끔씩 빌로드빛으로 윤기나는 멋진 놈들도 있었지요.

풍뎅이로 어떻게 놀았는지 설명할까요?

다리를 떼내고요, 뒤집어 놓으면 날아가려고 날개 짓을 해요

그러면 땅바닥에서 빙빙돌기만 하지요.

누구 풍뎅이가 오래 도나 이런 놀이를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잔인하지요. ㅜ.ㅜ




              2000. 7. 2 맑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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