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들 커피 즐기시죠?
저는 적당한 농도의 뜨거운 따뜻한 아메리카노(오리지널 블랙)를 즐깁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그렇게 즐깁니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어! 이 사람은 봄과 가을에는 커피 안 마시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데, 인생 그렇게 살지 마십시요...)


제가 원두커피를 즐긴 것은 그렇게 많이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촌놈이라서 그렇다고 해두죠.
10년 전쯤 경희대에 계시는 영문과 노교수님을 업무상 뵈러 가는 길이었는데,
교수님 연구실에 가보니 참 멋진 향기가 가득 차 있더라 이겁니다.
그때 교수님이 커피 한 잔을 주시면서.."헤이즐넛"이라고 하시더군요.
향이 좋고 맛도 좋아서 염치없이 얼른 마시고 한 잔 더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그 이름을 기억해두었다가, 어디서 몇 번 더 먹으려고 시도했으나 반쯤의 실패를 보았고,
결국은 아메리카노로 취향전환을 하고 현재에 이른 것이지요.

취향전환의 사연인즉...
제가 경상도 출신이라서 발음상의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ㅓ"와 "ㅡ"의 발음을 구분하여 들을 줄도 모르고,
발음도 모두 "ㅓ"로 통일해버린다는 것이지요.

하여간..제가 커피숍에 가서 주문은 이렇게 합니다.

"여기요...헤이즐넛 한 잔이요.."

그러면 종업원의 귀에는 이렇게 들리나 봅니다.

"여기요..해이절넛 한 잔이요.."

더 문제는 주문받는 대부분의 종업원은 경상도에 대하여 별 관심도 없고 경상도 사람을 별 만나본 적이 없는, 순수토종에 가까운 서울의 어린 아가씨라는 것입니다.(사실 나이든 사람은 대충 알아듣지요)
알아듣지 못한 종업원은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다시 묻습니다..

"손님,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 말을 들으면 저는 벌써 기가 팍 꺾입니다.
주눅이 잔뜩 들어서 다시 메뉴판에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울먹이면서  다시 주문합니다.

" 잔..............이요..."

"아~~ 헤이즐넛 말씀이죠?.."

어렵사리.. 빌어먹듯이, 눈치까지 봐감서, 내돈 내서 사 먹으면... 그게 뭐 머 맛이나 지대로 나겠어요.?
그렇게 치사하고 쪽팔리는 헤이즐넛을 몇 번 먹다가,
결국은 "ㅡ"발음이 전혀 필요없는 "아메리카노"를 부드럽고 당당하게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레귤러로요....암 것도 넣지 말구요...."
*^^*

2008. 5. 15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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