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마흔이 넘어가면서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그런데 검진일정만 잡히면 긴장되고 겁이 난다.

알아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런 듯 하다.


이번 달 초, 목요일에 건강검진을 했다.

아침부터 쫄쫄 굶고 오후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원래 화요일에 받기로 했는데, 갑자기 술 약속이 생겨서 조금 늦어졌다.

몸무게, 키, 청력검사, 시력검사....(사실 이런 검사도 돈을 지불하는 것 같은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검사를 하다가 초음파 검사실로 들어가랜다.

웃통 젖히고 누우니 서늘한 느낌이 드는 투명한 젤리 같은 걸 잔뜩 바르더니,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참으라면서 문지르기 시작한다. (사실 풍선부는 것도 아니고 맘대로 안되더만...)

한참을 문지르더니 마쳤다면서 내려오라면서 한 마디 던진다.

- 지방간이네요.

- 어?  어떻게 알았어요?

- 검사하면 다 나오죠. 지방간 있는 거 알고 계셨어요? 심하진 않은데....

- 그럼요, 제가 지방출신이거든요.  저기..경북 청도.....그런데 서울생활 20년 넘었는데 아직도 지방간인가??

- 에?...ㅎㅎㅎ 운동하시고 술 담배 하지 마세요..


싱겁떨기는 했지만, 비쩍 마른 몸에 지방간이라니...뭔 대책은 좀 마련해야 하는데....

도무지 몸이 게으르기 짝이 없다..


2008. 12. 15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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