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이와 경욱이는 兄弟이다.

전철에서 검고 두꺼운 책 들고 숙면을 방해하는 사람이 외치는 형제가 아니라, 같은 뿌리에서 난 씨를 같은 밭에 뿌려서 태어난 형과 동생 사이이다.

밭이 다르고 씨만 같거나  씨가 다르고 밭만 같은 이성동복나 동성이복과 같은 차집합의 개념이 아닌, 

교집합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편이 쉬우리라. 

아니 훨씬 어려운가?







형은 보수적이고, 동생은 진보적이다.

형은 눈치가 없고, 동생은 눈치가 빠르다.

형은 무뚝뚝하지만, 동생은 싹싹하다.

당신 집은 또는 당신이 아는 집은 그렇지 않다고 따지지 마라.

그냥 일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많다는 말이다.

미국의 상원의원은 장남이 많은 편이고, 하원의원은 차남이하가 많다고 한다.

장남은 안정적인 급여소득자가 될 확율이 많고, 차남이하는 자영업 등 개인사업자가 될 확율이 높단다.

                                                               이것도 근거대라고 따지지 마라.

                                                              그냥 들은 풍월이지만, 거의 맞는 말이다.




그럼, 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가?

형제는 숙명적으로 라이벌 관계이다.

결혼을 해서 첫 아이를 낳으면, 

부모의 사랑은 그냥, 아무 이유없이, 자연스럽게...100% 첫 아이가 차지하게 된다.

(결혼 안하고 낳으면 어쩌냐고 따지는 당신, 둘째에게 주려고 50%만 주었다고 우기는 당신, 이 방에서 지금 나가시라.)

첫 아이 낳은 뒤 불 (방금 지은 단어이다. 불 장난이 아니란 말이다)을 한 다음에 둘째가 태어나면 상황을 달라진다.

첫째는 자신에게 주어진 100%의 부모사랑을 지켜야 하는 입장[보수]에 처해지고,

둘째는 형에게 주어진 100%의 부모사랑을 적어도 50%는 뺏어야 하는 상황[진보,혁신]에 놓여진다.

그런 이유로 형과 동생의 성향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형제는 앙앙대고 자주 다투는 것이다.

이것이 아니라면 삼신할머니가 미리 그렇게 교육 프로그램을 해놓았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씨로 같은 밭에서 태어나고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형제는 많은 성향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도 그런 편이다.

큰 녀석,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산다. 욕심도 없고 자기꺼 챙길 줄 모른다.

둘째 녀석, 생각 많이 하면서 산다. 욕심도 있고 자기꺼 잘 챙기고 늘 걱정 투성이다.

약아빠진 둘째 녀석때문에 큰 녀석이 화 낼 일 많이 생기고 자주 다툰다.

아니 대충 같이 붙여 놓으면 티격태격거린다.

그런 꼴 5분 이상 참으면 화병난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문닫거나 피한다.

그래야 가정이 편안하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또 있다.

그렇게 붙여만 놓으면 서로 못잡아 먹어서 난리를 떨던 녀석들이 떨어지기만 하면

콕시듐 걸린 병아리 꼴이다. (* 콕시듐 : 이거 난이도 높은 단어이다. 닭 졸음병을 말한다)

평소 하고싶어 눈이 뒤집히던 컴퓨터 오락도 약올릴 대상이 없어서인지 재미없어 한다.





그런 두 녀석이 요즘은 다툼이 좀 줄었다.

큰 녀석이 대충 피하거나 양보하는 경향을 보이는 탓도 있고, 몇 대 심하게 얻어터진 둘째가 조심하는 탓도 있다.

그래서 사이좋게 히히덕 거리는 모습을 최근에는 더러 볼 수 있어 좋다.

앞으로 쭈욱 사이좋게 시시덕 거리길 기대해보는데 글쎄다.


사진은 지난 달에 회식하러 갔다가 찍은 그네의자 사진이다.

핸펀으로 찍어서 허접하기가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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