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손으로 하는 일을 즐긴다.
예를 들면,
집에 있는 전기 시설물을 고친다는가, 자전거를 수리하거나, 부품을 교체한다거나, 변기를 교체하는 등의 일, 망가진 의자를 고치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것들을 만들거나 고치거나 바꾸거나 하면서, 이를 테면 "일하는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난이도가 복잡하여 완성할 가능성이 없는 고장난 시계를 고치거나 하는 일은 못하고, 청소를 하는 등과 같이 단순 반복적인 일에도 그런 행복을 느끼지는 못한다.
손으로 하는 일에서 느끼는 행복감의 원천은 "沒頭(몰두)"와 "성취감"이 그것일 것이다.
집에 자전거가 2대 있다.
oo일보 자전거보다는 좀 좋은, 그렇지만 남이 탐낼 정도의 물건은 아니다.
둘 다 중고물건을 구입했다.
프레임만 튼튼하면 웬만한 물건은 직접 수리해서 탈 수 있기에 프레임과 타이어 상태만 보고 구입해서
손질해서 좀 못난 자전거는 큰 녀석 등하교길에 타도록 주고, 조금 더 좋은 자전거는 운동삼아 타는 자전거로 두었는데, 둘째녀석이 중학교 입학하면서 자전거를 자연스레 물려주어 이제 두 녀석 모두 자전거로 통학을 하고 있다.
며칠 전 윤석이가 타던 조금 비싼 자전거를 잃어버렸다가 찾았다.
학교 앞에 세워두었는데 어떤 녀석이 갖고 가서 으슥한 곳에서 열쇠를 부수다가 실패하고 던져 둔 것을 옆 단지 할아버지가 발견하고 자전거 안장에 달린 꼬리표를 보고 찾아 준 것이었다.
퇴근해서 자전거를 보니 열쇠를 부수느라 그랬던지 여러 곳이 망가져 있었다.
브레이크 패드가 부러졌고,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바나나 튜브가 망가졌고, 펑크가 나 있었다.
경욱이 자전거를 타고 근처 자전거포에 부품을 사러 갔는데, 경욱이 자전거도 브레이크 상태가 이상하고 삐걱거림 등이 심했다.
부품을 사와서 패드교체, 브레이크 이격 조절, 브레이크와이어 청소를 하고 펑크를 떼운 다음, 림이 틀어진 것을 교정해서 자전거를 말짱하게 고쳤다. 그리고 경욱이 자전거도 소리나는 것을 없애고 브레이크를 손보았다.
두 녀석을 불러내어 자전거 시운전을 시키니 말짱해졌다고 좋아라 한다.
이렇게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고치는 것을 즐겨하는 버릇으로 작년에는 일요일 마다 오는 자전거 방문수리점에서 하루종일 기름묻히면서 무상으로 수리보조를 하고 짜장면까지 얻어 먹은 일이 있었는데, 그날 각시에게 맞아 죽을 뻔 했다.
이제부터 아이들이 동네에 나가면 동네 아주마나 아이들이 "자전거 수리하는 집 아이들"소리를 들을거라면서.....
그래도 그렇게 기계와 공구와 노는 일은 참 재미있다.
만일 담에 회사를 그만두고 난 다음 기회가 된다면 동네에서 작은 자전거포를 운영하고 싶다.
이 나라에서 직업을 구함에 있어 가장 큰 선택의 기준은 "보수"이고, 그 다음은 "안정성"이고 "일 자체에서의 행복"은 중요한 기준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일"을 선택한다면, "일에서의 행복, 일로서의 보람, 일에의 몰두"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추천하고 싶다.
두 녀석의 "일"에서의 행복은 어떤 것인지 잘 살펴봐야 겠다.
2009. 6. 2 맑은날.
- 쇠귀 신영복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 늘 그 사람의 자리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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