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도화지에 크레용으로 그린 듯이 맑은 하늘에 낮 달이 떠 있다>
토요일,
정초에 워낙 추웠던 탓인지,
수은주는 영하임에도 춥다고 호들갑떨기에는 민망했다.
늦잠 자고 꾸물대다가 느지막한 시각에 관악산 산자락을 잡았다.
사당역에서 관음사를 거쳐서 연주대로 오르는 코스...
오르기에만 보통 2시간에서 3시간 걸리는 코스이다.
아침나절에 없던 바람에 불어서 움직이지 않으면 추운 날씨.
햇빛을 보지 못한 응달에는 얼음이 그대로 얼어있고
그 위로 흙이나 낙엽이 있어서 아차하면 미끄러지기 쉬웠다.
아이젠을 하자니 바위투성이라서 더 위험할 것 같고,
일없이 나무뿌리 껍질을 벗길 듯 하여 참았다.
작년부터 부쩍 많아진 산행객 탓에 관악산도 신음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어지럽게 난 길...
길 주변마다 부러진 나뭇가지...
사람 발에 찍혀서 말라가는 나무뿌리들...
아무렇게나 버려진 과자봉지와 과일껍질...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하여 오르는데
날씨 탓에 산행객은 많지 않았지만,
늦은 시간 탓에 하산하는 사람이 많아서 어깨 부딪히기 일쑤...
두번 정도 숨을 고르고 연주대까지 올랐다.
걸린 시간은 두시간 남짓..
연주대 막걸리 아저씨도 문 닫을 준비를 하는 것을 보니
늦은 산행을 한 것은 맞나보다.
컵 라면 하나로 속을 달래고 곧장 서울공대 쪽으로 길을 잡는다.
자운암을 거쳐서 공대로 내려오니 하산에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가뿐한 산행..탈 없이 마친다.
뒤돌아 산을 보며 가볍게 감사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2010. 1. 25 맑은날
<투덜대는 비둘기 녀석들...>
연주대에는 비둘기들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워낙 잘 먹은 탓인지 통통하니 살이 오른 녀석들이 남쪽을 향한 연주대 바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사람이 다가가도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가까이 가면 그제서야 힐끔거리며 옆으로 몇 걸음 옮기는데 그 모양이,
'사람에 대한 매너치레'로 마지 못해서 투덜대며 시늉만 내는 것 같았다.
예전 지하철 의자처럼 자리 구분없는 긴 의자에 한 명이 더 끼어 앉을라치면
마지 못해서 엉덩이만 들썩하는 시늉하는 것처럼...
'두 아들의 아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흘러가는 일상 스케치.. (0) | 2010.02.12 |
---|---|
꿈같은 소리 (0) | 2010.02.02 |
청도를 다녀왔습니다. (0) | 2009.11.23 |
건강검진 (0) | 2009.11.17 |
오래된 문살같은 친구 (0) | 2009.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