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섬, 서해호횟집
1. 나들이 계획
오랜만에 차를 타고 나들이를 다녀왔다.
큰 아이가 중학교 들고 난 다음, 매 주말이면 시험기간이 아니면 학원 보강수업으로 주말 가족나들이를 하지 못했다.
이번 시험이 지난 주 목요일에 끝나고, 학원보강이 마침 없다고 하면서 각시가 주말에 가까운 곳에 나들이 가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1박을 할 요량으로 강릉에 콘도를 알아볼까고 물었더니, 좋긴 하지만 비용문제와 차량정체가 부담된다고 하여 가까운 대부도에 다녀오기로 했다.
바닷가 가는 김에 각시와 큰 녀석이 좋아하는 회와 둘째 녀석이 좋아하는 매운탕을 먹기로 작정하고 인테넛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2. 큰 녀석 자원봉사 청소
매주 토요일에는 큰 녀석 자원봉사가 있는 날이다.
자원봉사라는 것은 매주 토요일 오전 인근 중학교에 가서 다운증후군 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것이었다.
말이 자원봉사이지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받는 것이나 같다.
왜냐하면 큰 녀석은 운동신경이 둔해 빠져서 친구들과 축구경기를 하면 골을 넣기는 커녕 늘 수비하다가 욕만 얻어먹는 것이 장기인데, 장애우들과 어울려 경기를 하면 거의 대등한 경기를 하고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하여간 자원봉사에서 조금 일찍 마치기로 하고 큰 녀석 먼저 나가고 좀 있다 각시가 먹거리 수발들러 간다며 뒤따라 갔다.
둘째녀석은 지 방에서 MP3플레이어를 만지작거리며 논다.
아내들이 집을 더렵혀 놓고 다녀오면 스트레스란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설겆이를 한바탕 해 주고(사실 1년에 한두번 한다) 연이어 청소기까지 돌리고 나니 큰 녀석과 각시가 돌아왔다.
얼음물 2개만 딸랑 챙겨서 11시가 조금 넘어 대부도로 출발했다.
3. 대부도 "서해호 횟집"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해둔 서해호횟집으로 네비를 찍으니 이 녀석이 찾지 못한다.
그래서 주소지로 대충 검색해서 입력하고 출발...네비는 국도와 지방도로 길을 안내한다.
별로 막히지 않고 훌륭하게 시화방조제까지 간다.
10여년 전 자주 놀러 다니던 길인데, 그때보다 막힘이 덜하다.
대부도에 들어서니 칼국수집이니 식당은 더욱 늘어났고, 풍력발전기 2대가 설치되어 풍광을 조금 바꾸어 놓은 것 말고는 별 다름이 없다.
선감동으로 향하고 쭈욱 가다보니, 좁은 오솔길로 안내한다.
정해놓은 약속이 없으니 맘 편하게 가다보니 넓은 갯펄로 안내하는데 이쁘게 지은 펜션이 이쁘다.
하는 수 없이 횟집으로 전화를 하여 목적지를 재설정하고 출발하여 도착하니 1시가 조금 넘었다.
횟집에서 바다에 면한 밖에 앉아서 4인 한상을 주문했다.
먼저 가리비, 전복, 키조개 관자, 낙지, 해상, 멍개, 소라, 개불 등속의 회와 바지락 조개탕이 나왔다.
큰 녀석은 못먹는 것 없이 다 먹고 둘째는 낙지회를 집중공격하고, 나는 시원한 조개탕에 욕심을 낸다.
연이어 자연산 회가 한 접시 나왔는데, 맛이 싱그럽고도 부드럽다.
회도 얇게 썰어서 먹기다 딱 좋다.
회를 먹는 중에 새우와 각종 조개와 고동 등을 가득 담은 양푼이를 불에 올려준다.
큰 녀석은 회를 즐기고 둘째는 조개와 새우가 맘에 드는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매운탕이다.
아침부터 끓인 육수(어수?)에 생선토막까지 들어있다.
부른 배에도 불구하고 매운탕의 맛이 기가 막혀서 공기밥 4개를 뚝딱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계산은 7만4천원...
아주 좋다.
서해호횟집만 그런게 아니라 대부도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장사를 하는 것 같다.
<이름모를 갯펄에 도착-둘째>
<그네도 한번 타고>
<철 없는 코스모스도 한 컷>
<얻어먹은 자두>
<서해호횟집에서 음식 기다리는 중-둘째>
<회 좋아하는 큰 녀석 - 회 먹기에 적합한 입술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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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바람 좋은 곳을 찾아서..
횟집에서 나오니 딱히 갈 곳이 없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길로 내쳐 이동하다가 시원한 그늘이 있으면 자리깔고 좀 쉬어 가자며 출발했다.
어딘지 모를 오솔길로 접어드니, 길 가에 자두가 빨갛게 익어 떨어져 있다.
둘째 경욱이를 시켜서 몇 개 주어오라고 해서 먹으니 꿀맛이다.
이리 저리 헤매다가 한 곳에 이르니 전망 좋으면서 바람이 시원한 그늘에 앉아서 한 시간 게으름을 피웠다.
5. 쪽박섬
대부도로 오기 전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시간되면 가봐야지 했던 곳이 "쪽박섬"이다.
쪽박만한 섬이라고 붙여진 이름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각시와 큰 녀석은 그 섬에 살던 사람이 사업하다 쪽박차서 그렇다는 등, 그 섬에 가면 쪽박차고 나올 수 있다는 등의 수다가 오고간다.
그런데 네비를 찍을래니 까맣게 기억이 없다가 무작정 다니다가 표지판에 나오길래 냉큼 찍어서 찾아갔다.
삐뚤빼뚤, 꼬불꾸불~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길과 남의 집 마당으로 보이는 길을 요리조리 돌아서 찾아가니 탁 트인 바다가 짜잔하고 나타난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바닷가에서 물수제비와 돌맹이 멀리 던지기를 하는데, 녀석들의 어깨에 근력이 꽤나 들어갔다. 윤석이 녀석은 나와 비슷하게 멀리 잘 던진다.
바닷가를 걸어서 쪽박섬으로 걸어갔다.
섬 모양이 쪽박모양에다가 크기도 쪽박만하다..
쪽박섬에서 아이들은 물장난을 한다.
녀석들이 어렸을 떄에 장봉도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물놀이 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사진을 찍어준다.
<바람 좋은 곳에서..백로가 보인다>
<쪽박섬으로 가는 길>
<예전의 롱다리가...ㅉㅉ~>
<팔매놀이 하는 녀석들>
<쪽박섬으로 가는 길-쪽박섬이 정말 쪽박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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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고
사진을 찍다보니 아이들이 배에서 쓰는 것으로 보이는 큰 스티로폴을 배로 띄워서 놀려고 끌고 나온다.
바닷가에 끌어다 놓았는데, 가까운 곳이라서 윤석이가 올라타니 바닥에 닿아서 요동을 하지 않는다.
사진도 다 찍었고 해서 장난기가 슬그머니 돌아서 바지를 걷어붙이고 함께 뒤어들었다.
철들지 않으면 사고가 난다.
결국 어찌하다가 윤석이랑 내가 바닷물에 벌러덩 넘어졌다.
벌떡 일어나서 허리춤의 카메라 베터리를 빼고, 핸드폰 배터리를 빼내고 윤석이를 쳐다보니 아예 물에 드러누웠다.
소리치니 그제서야 주머니에서 폰을 꺼집어 내는데, 물이 뚝뚝 떨어진다.
배터리부터 빼고 부두로 향했다.
방금 전까지 화기애애, 왁자지껄, 재기발랄하던 분위기가,
각시를 비롯하여 화기애매, 우중충, 제기럴 하는 분위기로 급반전한다.
부두로 나오니 수도가 있어 윤석이 옷의 소금기부터 씻고, 나도 옷 입은채로 물을 몇바가지 끼얹었다.
윤석이는 바닷물에 폰과 똑딱이를 넣어서 소금기를 제거하자는 의견을 내었는데, 그냥 깨끗하게 물기 털어내라고 했다.
여벌의 옷을 가지고 않았으니 난감하다.
<사고의 전조 '호기심' - 저기 건너 가 볼까?>
<성공이닷~>
<철없이 따라서 한 컷>
<더 재미난 일 없을까? ????>
<저것들 저러다 사고치지...ㅡ.ㅡ>
<옳지, 이거닷~>
<바닥에 닿아서 안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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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쪽박차고 귀가.
윤석이는 팬티바람으로, 나는 팬티와 런닝셔츠만 딸랑입고 출발한다.
쪽박섬에 갔다가 쪽박차고 돌아오는 길..
윤석이 핸드폰은 불과 한달 전에 받은 것이라서 망가질 경우 비용이 갑갑하고,
디카 또한 조금 연식이 된 것이지만 아주 아끼는 물건이라서 걱정이 심하게 된다.
귀갓길에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 집에 돌아오니 8시 좀 지난 시각...
서둘어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바닷물에 빠지면 담수에 바로 씻는 것이 정식코스이며, 바닷물의 염분으로 부식이 진행되기에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대부분이다.
일반 바로 수돗물에 기기 3개를 담궜다.
10분 정도 담궜다가 꺼내니 아무래도 물건 꼴이 말이 아니다.
손으로 털어 물기를 제거한 다음에 다시 알콜을 사서 기기를 담궜다.
20분 정도 푹 담궜다가 꺼내니 이젠 알콜이 뚝뚝 떨어진다.
술기를 털어내고 드라이기 찬 바람을 사용하며 말린다.
밤 새 선풍기 앞에서 바람을 쏘였다.
8. 전자기기의 결말
윤석이 핸드폰 - 멀쩡하게 살았다. (AS에서 하는 말은..소금에 부식이 진행되어 수명이 걱정된단다..>
나으 핸드폰 - 맛탱이가 홀라당 갔다. 스피커가 가래끓는 소리로 엉망이고 화면은 괴기영화보는 듯...
똑딱이 디카 -화면 액정에 습기를 제거하면 되살아날 듯 한데..AS에서 아직 통보는 없다.
9. 나들이에서 느낀 점
가. 쉬는 날은 쉬지 못한다.
나. 사내녀석 셋이 모이면 사고친다.
다. 팬티만 입고 운전하면 춥다.
라. 멀리 가면 회가 싸다.
마. 까불다 사고나면 어른 혼자 독박쓰고 깨진다.
바. 핸드폰이 물에 빠지면 물에 씻어서 말리면 살아난다.
2010. 7. 14.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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