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 새삼 화제가 된다.

방송국 파업과 맞물려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는 전현무라는 친구가 근육자랑했다가 트윗에서 쓴소리 들으면서 화제가 된 것이다.

 

알아보니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하는 101가지"라는 주제로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하는 것이다,

 

합창도 하고,

근육도 키우고,

전투기도 탑승하고,

댄스도 하고,

배낭여행도 가고....

.......

 

씨바,

101가지라니 많기도 하다.

 

결국.... 난 남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여자도 아니니 호모인가? 아니면 짐승인가?

 

매체의 발달은 인간을 왜소하게 만든다.

예전에는 어떤 재능이 있으면 지역사회(적게는 마을, 크게는 군단위...)에서 뿌듯해할 수 있었고

칭송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곧바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비교되니 재능있는 사람의 수와 재능의 질은 엄청나게 많아지고 높아진 듯 하지만, 막상 그런 사람이 주변에는 한 명도 없다.

수십억 인구중 몇명이 우리 곁에 있을 확률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나노보다 작은 세계를 볼 수 있고, 나노단위의 물건을 가공하는가 하면, 태양계를 넘어가는 우주선을 쏘아 보낼 수도 있고, 수십억년 전의 우주물질을 관측할 수도 있다.

인간 자체로만 보더라도 아주 왜소하고 병약한 사람이 노력에 따라서 우람한 근육질로 바꿀 수도 있고,

독한 자기관리와 치료 등의 도움으로 나이 60세에도 30세의 피부와 몸매를 유지할 수도 있으며,

늘 꼴찌하던 친구가 독종같이 공부를 하여 2년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도 많다.

엄마친구 중에, 아빠친구 중에, 친구 아빠 중에 항상 그런 사람이 득실거린다.

 

그런데...

아들은 항상 그렇지 못하고,

딸은 늘 말썽이며, 

아빠는 늘 무능하고, 

엄마는 게으르다.

 

정보매체의 발달에 따라 항상 조바심에 쫒기게 된다.

김윤석이도 근율질로 바뀌었는데 나는 한심하게도 떵배나 키우고 있다.

나보다 못난 환경에서 아이들을 잘도 키운 사람이 있던데 나는 무능하게도 아이를 방치하고 있다.

누군가는 2주만에 10킬로의 살을 뺐다는데 난 3년째 실패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한번의 결심으로 금연을 성공했는데 나는 날마다 금연에 도전만 하고 실패를 한다.

 

늘 실패하고 좌절하고 포기하는 나는 루저인가?

 

인간은 50만년 동안 진화를 해서 현재 인간이 되었다.

그 진화의 목적은 "능숙하고 효율적인 수렵생활"이 목적이었다.

일주일간 굶다가 양이라도 한 마리 잡으면 며칠간 포식하면서 게으름을 피우도록 진화했다.

삼각함수나 재능에 없는 음악이나 미술을 배우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고,

현관 앞, 은행창구, 컴퓨터 앞에서 비밀번호를 기억해내도록 진화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 50만년이나 진화에 맞춰온 인간의 몸과 정신을

어느 순간 몸매관리, 친구관리, 지식관리, 정보관리, 관계관리 등을 한꺼번에 하라니..

과연 몇명이나 가능할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지구상의 인류는 이러한 불가능한 일에 끊임없이 부딪히고 실패하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갈 70년보다는 , 내가 지금에 이른 지난 50만년의 기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존중하고 싶다.

눈 앞에 당장 먹을 것이 있고 한동안 걱정이 없으니,

양지바른 곳에서 졸기도 하고, 이도 잡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좀 게을러져야 겠다.

 

고로 난 남자의 자격이 없다.

니들의 기준에 따르면.....

니들이 남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나는 좀 게을러지고 싶다.

 

2012. 3. 20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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