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봉방
신미나
나, 저 꽃봉속에 몰래 살림을 차려 딱 십오촉 밝기로만 살았으면
지붕을 거쳐 굴러간 별구슬 불러다 유년의 앞마당 소란했으면
그릇 부딪히는 소릴 들으며 설거지하고 꽃가지에 이불 널어 너와 나
희게 펄럭였으면
텃밭에는 자잘한 비밀 몇 톨 심어두고 뒤꿈치에 꿀물 묻혀 늙어가는
너의 마른 입술을 적셨으면
깰 줄 모르는 너의 꿈길을 내가 살아 맨 나중까지 배웅하고 혼자 날개 비비며
풀잎처럼 가난한 노랠 불렀으면
그렇게 살아, 고봉밥 비워내고 가지가지 마다 사기밥그릇 매단
저 生이 너무 환해 눈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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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봉우리가 한층 까칠해졌다.
점점 추울수록 봄은 점점 가까이 온다.
사기밥그릇 오소소하니 하늘향해 고봉밥 달라고 내미는 풍경이
그립다.
2013. 1. 8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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