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풍경
퇴근하면 잠자리에 일찍 드는 편입니다.
밤 10:30분 정도면 아이들이랑 함께 잠자리에 듭니다.
몸이 더운 윤석이는 멀찌감치 떨어지고, 경욱이는 제 곁에 눕습니다.
아내는 거실에서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눕자마자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릅니다.
사실 윤석이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어지간한 이야기는 다 알고 있어서 이야기해주는 건
무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어설픈 창작을 하기도 합니다.
그저께 밤에도 아이들이랑 같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빠~ 옛날이야기 해줘"
"알았어"
라고 대답하고 이야기 하나를 떠올립니다.
밤만 계속되는 나라에서 '불개'가 임금님의 명령으로 달을 훔치려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달이 찼다가 기울었다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이 이야기는 윤석이 동화책에서 본적이 없어서입니다.
"옛날에, 밤의 나라가 있었어~"
이야기를 풀어가려는데, 윤석이가 딴지를 겁니다.
"아빠~ 그거 '불개' 나오는 이야기 아니야?"
"-_-;;......"
"그거 맞지?"
"아냐 임마."
짐짓 거짓말을 합니다.
아빠의 한계를 드러낸 것 같아서 우새스럽기도 하여 갈 때까지 가기로 합니다.
"밤의 나라에는 먹을 게 밤(栗) 밖에 없었데."
"........."
"그래서 밤의 나라 임금님은 다른 게 먹고 싶어서 알밤장군을 시켜 도토리군대를 데리고 옆에
있는 사과나라로 쳐들어 가게 한거야."
"ㅎ ㅎ ㅎ ㅎ"
저는 본격적으로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사과나라의 부사왕은 홍옥장군과 국광군대에게 알밤장군을 막으라고 시켰어."
"먼저 홍옥장군이 공격을 하자 알밤장군이 밀리기 시작해서 후퇴를 하였지"
"홍옥장군이 '야 너네들 빨리 사과해'하니까, 알밤장군이 '사과는 무슨 사과!!, 아오리로 할까?
부사로 할까'하면서 계속 후퇴를 하는데, 밤의 나라에서 응원군이 도착한 거야"
"갑자기 하늘에서 '빠라빠라 빠라밤'군대가 나타나서 국광군대를 물리치기 시작한 거야"
"ㅋ ㄷ ㅋ ㄷ "
아이들은 웃기 시작하고 저는 수습이 힘들어집니다.
"그러자 사과나라 군대는 다시 후퇴를 하는데....그때....."
"그때 뭐?"
"야! 니들 둘 다 가까이 와봐."
두 놈은 귀를 쫑긋세우고 다가옵니다.
그때 저는 꿀밤을 한 대 씩 먹이면서 마무리를 합니다.
"꿀밤 군대가 나타나서 '그만 자'라고 했단다."
아이들은 머리를 움켜지고 좋아라 합니다.
"아빠~, 나는 아빠가 이야기 해주는 업그레이드 된 옛날 이야기가 훨씬 좋아. 내일도 2탄 해주라"
"아빠. 나도야~"
"그래 알았어. 그만 자~"
~~~~~~~~~~~~~~~~~~~~~~~~~~~~~~
경욱이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많이 생각해주는 편입니다.
유치원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잘 못하면 "내가 도와줄께"하면서 도와주곤 한답니다.
유별나게 깔끔떠는 편이라서 남들이 뽀뽀해주면 침이 묻을새라 싫어하는 편이지만, 남들이 뽀뽀해주면 조금 있다가 슬쩍 돌아서서 볼을 닦아내는 염치도 있지요.
어젯밤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경욱이는 저랑 붙어서 잡니다.
같이 나란히 누워있는데, 경욱이가 제 입을 가만히 만지면서 한 마디 합니다.
"아빠~ 입 벌리고 자면 먼지랑 세균이 입안에 들어간대~"
"누가 그래?"
"YMCA 유치원 선생님이 그랬어."
"그래! 알았어."
그러곤 경욱이를 뒤에서 안고 팔베게를 해주고 잠을 청합니다.
한참을 있다가, 경욱이가 졸리는 목소리로 한 마디를 합니다.
"아빠~ 코로 숨을 쉬면 코로 먼지랑 세균이 들어간대~"
"???......................하하하"
아마도 제 콧김이 목덜미를 간질여서 무척이나 성가셨나봅니다.
그래도 그냥 말하면 내가 무안해 할까봐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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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꽃을 올려보았습니다.
쑥갓을 많이 보아도 쑥갓꽃은 못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6월경에 노랗게 피는데 야채꽃으로만 보기엔 아깝습니다.
올해도 주말농장에 쑥갓을 심었습니다.
먹기위해서라기보다는 꽃을 보기 위해서이지요.
꽃이 국화 닮았지요?
그래서 국화과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쑥도 국화과입니다.
2002. 4. 22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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