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이 보인다.

늦잠을 잔 아침 겨우내 입고 다녔던 외투를 벗어놓고 출근했다.

약간의 오스스한 한기가 스미긴 했지만, 아침바람은 봄기운을 충분히 머금고 있었다.

이렇게 피부를 살풋 스치는 한기는 상큼하고 유쾌하다.

불과 며칠 전에 새해가 시작되나 했는데 벌써 2월을 하루 남겨놓고 있다.



지난 주에 둘째 경욱이가 유치원을 마쳤다.

첫째 윤석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가게되었는데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과 한 반이 되지 못한 게

맘에 걸린다

유독 낯가림이 심한 터라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을 징검다리 삼아서 새 친구를 사귀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마음 속으로 바라고 있었는데 그리되지 못한 것이다.

선생님이 책임지고 아이들을 챙겨주는 유치원이나 학원과는 달리 혼자 일어서야 하는 초등학교에서의

적응이 자못 걱정이 되나, 그렇다고 어떻게 해 볼 도리도 없을 뿐더러 그런다고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냥 두고 볼 수 밖에.....



지난 주 일요일에는 아이들 둘을 데리고 구름 산에 올랐다.

게으름피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서 가게에 들러서 밀감을 조금 사고 나오니까,

경욱이가 껌을 한 통 사달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껌을 고르라고 하자 윤석이가 한 통만 사겠다고 한다.

그래서 두 아이에게 가위바위 보를 시켜서 이긴 아이가 고르라고 시키자 윤석이가 이겼다.

윤석이가 껌을 고르자 경욱이는 굳이 풍선껌을 사고싶어하며 칭얼거린다.

윤석이가 선뜻 양보한다.

윤석이 등을 토닥이며 어른스럽다고 칭찬해주자 윤석이는 표정이 보다 어른스럽게 바뀌는데 경욱이가

고추가루를 뿌린다.

"형은 칭찬듣고파서 그러는 거 같아~"



구름산 언저리에 다다르자 윤석이가 묻는다.


"아빠! 왜 구름산이라고 했을까?"

"음~ 아마도 구름하고 가깝게 있기 때문 아닐까?"

"아! 옛날에는 구름이 내려와 있어서 그랬나보다"


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

고개들어 산 정상을 보니 해발 200미터도 안될 것 같다.

구름산 언저리에는 작은 공원이 있다.

공원이라기 보다는 정원이라고 불러야 제격인데, 이름을 '장미공원'이라고 지어놓은 것 같다.

40평 가량되는 길 가장자리 땅에 장미를 많이 심어 놓았는데 가꾸지 않아서인지 그냥 잡목같이 보인다.

그 공원 가운데에는 시멘트로 만들어 흰색 페인트를 칠한 것으로 보이는 소녀 나신상이 하나 있다.

나신상의 얼굴로 나이를 추정하면 스무 살은 안된 것 같고, 몸매로 보면 삼십대로 보인다.

앳된 얼굴에 지나치게 풍만한 몸매를 너무 사실적으로 조각해놓아서 보기가 영 민망스럽다.

두 놈은 그 상을 지나칠 적마다 한 눈길로 힐끔거리며 쳐다보는데, 지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모양이다.


"아빠~ 형아가 저기 쮸쮸를 쳐다봤어."

"안봤어."

"봤잖아."

"너도 저번에 봤잖아."


그곳을 지나칠 때 아이들이 이렇게 티격태격거린다.


"윤석아~. 저기 조각상 가슴크지?"

"응! 수박 반쪽만 해. 엄마는 사과 반쪽만 한데...."

"..........."

'음~ 윤석이도 알고 있구먼... 나의 애로사항을......'



작은 산이라서 금세 올라갔다 내려왔다.

두 아이를 데리고 사우나를 다녀왔다.

사우나에 가면 두 놈은 내내 찬물에서만 놀고, 난 내내 더운 물에서만 논다.

사우나를 끝내면 계란 하나씩 먹는 것은 이제 필수 코스가 되었다.


봄이다.

등 뒤의 햇살이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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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입니다.

봄이면 매화나 살구나무꽃, 벚꽃이 화제가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사과꽃을 더 좋아합니다.

사과꽃이 만개한 과수원을 멀리서 쳐다보면 눈이 아슴푸레해지고,

약간은 슬프고, 약간은 그립고, 또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희기로는 배 꽃보다 못하고, 붉기로는 매화보다 못하나, 희기도 하고 붉기도 한 꽃은 사과꽃만 한 것이 없지요.


2003. 2. 27 맑은날


★ 작가 이미지란 그림 어때요? 제 방에 식구로 계시는 분이 선물로 주신것입니다.
원래 고향은 우주의 어떤 별인데 지금 사는 곳은 이집트라고 하네요.
JIRO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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