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욱이가 3일에 하안남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담임을 맡으신 분은 마흔이 조금 넘은 여선생님이시란다.
친구를 사귀지 못할 것이 걱정이 되었는데, 현승이라는 친구 한 명을 사귀었나보다.
지난 주에는 3일이나 학교를 마치고 그 친구네 집에 놀다가 오더니, 지난 토요일에는 집으로
데리고 왔다.
머리 뒤에 말총모양으로 꽁지를 길게 드리운 아이였는데, 일요일인 어제도 그 아이 집에
놀러가고파서 안달이 났다.
가장 친한 친구가 그 아이란다.
윤석이가 부반장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졌단다.
자기가 적은 표를 합쳐서 받은 표가 달랑 네 표란다.
반장선거에는 왜 출마하지 않았냐고 묻자 그 녀석 대답이 걸작이다.
반장은 공부 잘하고, 회의 잘 이끌고, 참을성도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자질부족이었다나...
하여튼 시키지 않아도 그런 선거에 출마하는 게 대견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난 국민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줄곧 반장선거에 출마했다.
하기 싫은데 추천을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출마했고, 출마해서는 항상 난 반장하기 싫다고 연설을
했고 그래서 항상 부반장을 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생각하면 학창시절 반장 한번 해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고 가능하면 권하고 싶은 것이다.
반장의 경험을 가진다는 것은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하고, 자기와 타인의 조율을 할 줄
알게 하며 무엇보다도 자긍심을 가지게 해서 좋은 듯 하다.
윤석이는 2학년 때에도 부반장 출마하여서 떨어졌는데 습관이 될까 두렵다.
반장이야기 하다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지금은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막내 여동생이 중학교 2학년 때 반장을 한 적이 있는데,
노모께서 학교를 한번도 가지 않아서 여동생이 1년 내내 선생님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다시는 반장같은 거 안한다고 다짐하더니 3학년이 되자마자 학교를 파하고 집에 와서
반장 출마해서 선출되었노라고 선언하였다.
이유를 물어본 즉, 2학년 때 스트레스를 주던 담임선생님이 또 담임선생님이 되었기 때문이라나...
그 선생님은 촌지문제에 대하여는 2년 연속 물먹었단다.
그런데...그 여동생이 가끔씩 스승의 날 받은 선물자랑을 한다.
어제는 다소 추운 날씨였으나 아점을 먹고 철도박물관에 가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
안산 어드메쯤 가다보니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곳이 있어서 아이들을 내려놓고 잠시 놀게 했다.
바닥을 매끈하게 처리해 놓고, 곳곳에 경사진 슬로프를 만들어 놓아서 아이들이 좋아라 타고 놀았다.
급경사 슬로프가 있었는데 윤석이가 그곳으로 내려 가보겠다고 하여 만류를 하였으나 겁도 없이
올라섰다가 콰당 넘어졌다.
하여튼 그놈은 겁 없이 호기심 많아서 걱정이다.
2년 전 수영장에 갔을 때에도 옷을 벗자마자 어른 풀로 뛰어 들어서 놀라서 건져낸 기억이 있는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박물관을 어렵게 찾아갔다.
부곡역 부근에 있었는데, 오래된 열차를 전시해 놓았고, 우리나라와 세계의 열차역사에 대하여 알 수 있었다.
이벤트 행사로 '환상의 우주열차'라는 것을 1인당 300원 씩 내고 타게 되었는데, 타고보니 영 썰렁했다.
그냥 열차에다 토성무늬의 벽지를 붙여 놓은 게 전부였다.
열차를 탄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처구니 없어하는 표정....
그때 역무원 두 분이 탔다.
나이는 모두 일흔에 가까워 보이시는 분들이다.
타자마자 이름과는 영 딴판으로 초라한 열차에 대해서 민망해하면서 양해를 구하신다.
지금 열차가 수리중이라서 모양이 이러니까 이해해 달라고....
같이 타신 한 분은 내내 창 밖을 보면서 겸연쩍은 웃음을 웃고 계신다...
곧 이어 환상의 우주열차가 출발했다.
운행거리는 30미터 남짓, 운행소요시간은 31분....
하늘로 날아오르는 은하철도999 까지는 기대 안했지만, 은하철도999 노래정도는 들을 거라던
기대는 무참히 무너지고.......
나이드신 기관사 분의 인자한 표정과 웃음, 사전양해가 아니었다면 꽤나 시끄럽게 끝났을 여행이
웃음지으며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나이드신 분이 저렇게 미안해 하시는 게 오히려 미안해하는 마음으로...다들 웃으면서 내렸다.
그렇게 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오는 길에 청계사에 들렀다.
조선말 대선사 경허스님이 동진출가(나이 어려서 출가한다는 말)를 한 유서깊은 곳이다.
그 당시에는 아주 작은 암자였다고 했는데, 꽤나 큰 사찰이었다.
기계로 각지게 깎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축대, 스테인레스로 큼지막하게 만들어서 곳곳에 놓여진 불전함,
법당 천장에 빽빽하게 매달아놓은 명찰붙은 비닐연등이 좋은 사찰의 풍치를 망쳐놓고 있었다.
'돈되는 절이구먼...........'
청계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개구리 알과 도롱뇽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길가에 있는 화원에 들어
봄꽃을 구경한 다음, 시크라멘 화분 하나를 2,500원 주고 샀다.
꽃이 하나가 피었고, 꽃봉오리가 4개 맺혀 있었다.
2003. 3. 10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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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 꽃은 시클라멘(cyclamen)입니다.
시리아 원산의 앵초과 식물이랍니다.
꽃모양이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나비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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