入 冬


李 外 秀


달밤에는 모두가 집을 비운다

잠 못들고

강물이 뜨락까지 밀려와

해바라기 마른 대궁을 흔들고 있다

밤닭이 길게 울고

턱수염이 자라고

기침을 한다 끊임없이

이세상 꽃들이 모두 지거든

엽서라도 한 장 보내라던 그대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서

지금 쓸려가는 가랑잎 소리나 듣고 살지

나는 수첩에서 그대 주소 한 줄을 지운다


~~~~~~~~~~~~~~~~~~~~~~~~~~~~~~~~~~~~~~~~~~~~~~~~

...수첩에서 그대 주소 한 줄을 지운다.....

혹은 잊고 혹은 잊혀지고...

이리도 바삐 하루하루를 살다가 문득

점점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랍니다.


모두가 안으로만 웅크리는 초겨울에

이세상 모든 꽃들이 지기 전에

친구에게 관제엽서나 한 통 보내야 겠습니다.

해묵은 주소를 뒤져서...

2000. 11. 24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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