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설..
눈이 참 많이도 왔었지요?
어제 퇴근길은 차를 두고 지하철로 갔답니다.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전화를 받았지요.
윤석이가 건 전화였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좀 하다가 전화를 끊을 무렵 윤석이가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 ! 발 빠지고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서 와야 돼~"
그 한마디가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더군요.
고단함을 너무 잊어서인지 졸다가 한 정거장 지나쳤지만......
지하철을 내려서 보니,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더군요.
『지하철 무료』
돈을 무려 900원이나 내고 탄 저는 무지 억울했습니다.
남들은 다 공짜로 탔는데, 나만 돈주고 탔다는 억울함, 그리고 그런 정보를 미처 알지 못했다는 멍청함...
아마도 억울함을 돈으로 환산하면 9,000원은 족히 될 듯 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다시....유료로 돌아왔더군요.
오늘 출근길에 두 번이나 미끄러졌습니다.
아파트 앞에서 한번, 수원 역 앞에서 한번....
옷도 좀 버렸고 손목과 엉덩이도 아렸지만 그보다 더 집요하게 파고드는 느낌은..
'아이구 쪽팔려라...'
얼른 일어나서 아무렇지 않은 듯 옷을 털고도 남은 쪽팔림은 다 털어내지 못하고 한 마디 더 중얼거림으로 쑥스러움을 막아봅니다.
"에이 씨이~ 길이 왜 이리 미끄러운 거야!"
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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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추운날씨에 거리에 나가면 추위에 떠는 사람이 보이지요.
이렇게 부들부들 떨면 사람들은 사시나무 떨 듯이 떤다고 합니다.
왜 하필 사시나무에 비유했을까요?
사시나무속에 속하는 수종들은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잎자루가 매우 길고, 또 잎은 동백잎과 같이 딱딱하고 약간 무겁지요.
그래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잎이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랍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나무의 영어이름은
덜덜 떨어 사시나무, 바람 솔솔 소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십리절반 오리나무, 열의 갑절 시무나무, 사시사철 사철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하느님께 빌어 비자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방귀뀌어 뽕나무, 그렇다고 치자 치자나무, 거짓없다 참나무.....
이렇게 사시나무는 전래 민요의 제일 앞 부분에 등장하는 나무랍니다.
깊은 가을 밤 연병장 뒤 켠에 심어진 사시나무잎이 바람에 쓸리어 작은 자갈구르는 듯, 파도가 치는 듯한 쓸쓸한 소리를 자아내던 기억도 나네요.
2001. 2. 16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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