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회사 팀장으로 근무 중이지.
어느 회사 무슨 팀인지는 차마 밝힐 수 없네.
그냥 팀에 있었던 일 한 가지 이야기할라구....
팀원 중에 일 참 잘하는 친구가 하나 있어.
기운세고, 성실하고, 싹싹하고, 일도 잘하고.............
다들 탐내는 직원이고, 마흔넘은 내 나이에서 보면 탐나는 총각이지.
그런데 말야 .
이 친구가 여자들에겐 인기가 없는 거 같아.
한 3년 정도 데리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주 이뿌고 참한 대학 후배가 애인이란 라벨을 달고 같이 다녔거등.
그런데 이놈의 회사일이 군대가는 거랑 비스무리해서인지, 그 참한 애인이 고무신 거꾸로 신으면서 사단이 발생된 거야.
한 동안 우울해 하더만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평온을 찾더라.
그런데 그 평온이 진짜 "외견상" 평온이었던 게야.
속으로 얼마나 많은 밤을 외로움에 몸부림쳤던지...급기야 작년부터인가 약간씩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지.
머 심각하게 이상한 건 아니구...
주말이면 꼭 홈플러스에 들러서 일주일치 반찬거리를 장만하고,
또 어떤 날에는 홈쇼핑에서 생물 고등어 마흔마리를 싸게 샀다고 자랑하고,
대형할인점에서 물건 싸게 구입하는 법을 강의하는 등....
머 좋게 보자면 알뜰하고 살림(?) 잘 하는 건데..
그런데 말야...
지난 주에는 급기야 쇠고기 장조림을 한다고 사무실에 소문내더니....
오늘은 결국 그 장조림을 사무실에 가져와서 총각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하는 거야.
아...그래도 나는 아직 그 친구가 정상이라고 믿고 있었어.
그래도 미심쩍어 한 가지 부탁을 슬쩍 했다가 충격먹었어.
그러니까 좀 전에 장조림 맛보라고 해서 먹어보고 (맛은 좋더만...., 그런데 맛이 좋다고 평해주었을 때의 기뻐하는 반응이 마눌에게 그랬을 때랑 어찌나 닮았든지...) 지나치는 말로 이렇게 말했어?
"000씨~ , 이번 겨울에 털실로 목도리 하나 짜주지?"
"팀장님~, 대바늘이 없는데요?"
그 친구 여름 휴가를 아직 가지 않았는데, 이번 가을에 베트남으로 보내려고 계획 중이야.
짝을 찾아 왔으면 하는 바램에서지.
혹시 좋은 중매자리 있으면 연락 좀 주실래요?
딴 건 몰라도,
손끝 맵고 살림 잘하는 것은 제가 보장하지요.
*^^*
2005. 10. 10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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