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또 다른 생산


큰놈과는 달리 둘째 경욱이는 사탕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퇴근길에 사탕을 몇 개씩 들고 갑니다.
점심식사 때 식당에서 주는 사탕들이죠.
그럼 두 놈 다 좋아합니다.
큰 놈은 아빠가 자기 것을 챙긴다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고 둘째는 그냥 사탕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저께 퇴근 시간이었습니다.
이동발령 난 뒤 평균퇴근시간이 밤 열시로 밀렸습니다.
밤 열시쯤 퇴근 전에 집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아내와의 무전기 교신과 같은 통화를 합니다.

나 : 내다.
마눌 : 응.
나 : 아는(아이들은)?
마눌 : 윤석이는 잠들었고 경욱이는 혼자 중얼거리며 잠 청하고 있는데..
나: 지금 간다.
마눌 : 알았다.

그리고는 경욱이를 바꿔준다고 합니다.

경욱이 : 아빠 사탕갖고 와~ (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나 : 응. 지금 가지고 갈께. 자지 말고 기다려..
경욱이 : 응! 아빠 빨리 와..
나 : 그래..
경욱이 : 아빠~ 노래 한 곡 불러줄까?
나 : 응.. 그래라 ㅜ,.ㅜ; (또 '꽃밭에는'을 하려나 봅니다)

한 시간쯤 걸리는 거리를 달려서 11시쯤 집에 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경욱이가 눈이 빨개진 채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 : 얌마~ 너 왜 아직 안잤어?
경욱이 : 아빠가 자지 말라며??
나 : ..........
경욱이 : 아빠 사탕은??

주머니에서 사탕 두 개를 꺼냅니다.(식당에서 얻은 것입니다)
사탕을 받아든 경욱이가 대뜸 선수를 치고 나옵니다.

경욱이 : 아빠~ 형아껀?
나 : 임마 하나씩 나눠먹어야지.
경욱이 : 아냐! 원래 두 개씩 먹는 거야..

그러면서 한 개를 냉큼 꺼내 먹습니다.

둘째 놈도 많이 영악스러워졌다는 것을 느끼며, 큰놈이 사탕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냥 아무 소리 않고 넘깁니다.


어제 밤에는 더 늦게 퇴근했습니다.
두 놈 다 잠이 들었고 마눌은 TV를 껴안고 있습니다.
대충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문득 사탕이 생각나서 물어보니 아침에 경욱이가 일어나서 하나 남은 사탕을 형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토를 다정스레 달았다고 합니다.

"형! 이거 나 먹으면 안돼??"

늘 그러듯이 결국 그 사탕은 경욱이가 먹었답니다.

나눈다는 것...
특히 욕심이 생기는 것에 대하여 나눈다는 것은 나눠주는 사람과 나눔을 받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일입니다.


또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유장한 시간의 흐름을 사람이 임의로 토막을 내고 몇 년이네 몇 시간이네 라고 이름을 붙인 게 큰 의미야 있겠냐만 그래도 세모나 정초와 같이 한 매듭을 묶고 푸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야 없겠지요.
오는 새해에는 하루하루가 모두 님의 뜻과 함께 하는 나날이길 바라며 2000년 한해를 마무리 지어봅니다.
일일이 인사 못드리는 점 송구스레 생각하며.......

2000. 12. 30 맑은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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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 일출입니다.
님들의 모두 맘 속에 이런 뜨거운 태양을 하나씩 품고 사는 2001년이기를 바라며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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