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병실에서의 하루
병원에서 환자들과 환자들 그리고 병원 근무자들은 보통 가족같이 지냅니다.
가끔씩 뉴스에 나오는 폐쇄병동의 모습이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몰개성적이고 황폐한 모습이 전부는 아닙니다.
물론 환자들의 대부분은 약에 취해서 맥이 풀려있는 건 사실입니다.
환자들은 보통 하루 세번씩 식사후 약을 먹는데 그 약이 무지 독한가 봅니다.
보통 세파민이나 바륨 같은 신경안정제를 많이 먹었는데 그 약을 먹으면 입안에서 단내가 나고 온 몸이 무기력해지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안에서 팔씨름을 하면 항상 2등이었습니다.-_-;;
1등은 통뼈 허씨 아저씨였는데 그 분 이야기는 다음에 하지요.
환자들은 약먹기를 무지 싫어합니다.
입안이 바싹 마르고 힘이 쭈욱 빠지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식사 후 약을 먹일 때는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보통은 간호사실에 와서 간호사가 보는데서 약을 먹고 입안을 검사하곤 하지요.
그래도 그 중에는 혀 밑에 약을 숨기거나 심지어는 곧바로 화장실에 가서 토해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환자들은 제가 따라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시를 하곤 하지요.
병원 내에서는 환자를 부를 때도 "00씨~"와 같은 딱딱하고 공식적인 호칭을 쓰기보다는 '이씨 아저씨', '00언니', '아줌마'(서울에서는 이 호칭이 다소 격하하는 듯한 느낌의 언어로 쓰이는 듯하나 부산에서는 친근한 표현입니다), '김형' 등의 호칭으로 불리고 미성년자의 경우 이름을 그대로 부르곤 하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김군'이나 '김형'으로 불렸으며 대부분은 김형으로 불렸습니다.
사실 나이를 몇 살 올려 속였거든요.
환자들의 대부분 일상은 따분하기 그지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병원의 거실에 해당하는 마루에서 뱅뱅이를 돕니다.
일종의 아침운동으로 하는 산책인 셈이지요.
그 다음 세수하고 식사를 합니다.
병원에서의 식사는 깔끔하고 맛납니다.
강한 조미료를 쓰지 않고 맵지 않고 약간 싱거운 음식이었는데 환자를 위해서 일부러 그런 음식을 만든 건 지 사무장 사모님의 음식스타일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참 그때 사무장 사모님의 쇠고기무우국(고추가루 없는 서울식) 솜씨는 정말 일품이었답니다.
가끔씩 병원에서 노래자랑을 하곤 합니다.
그 당시로는 지금과 같은 노래방은 없었고 가끔씩 가라오케와 같은 곳은 있을 때였습니다.
병원에는 가라오케장비가 있었습니다.
카세트테이프를 이용하여 부르고 싶은 곡을 고르면 그 테이프를 넣어서 트는 장비였지요.
물론 가사집도 있었습니다.
일부 우울증환자를 빼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노래자랑을 하기를 무척 즐겨합니다.
노래를 잘하지는 못해도 저도 가끔씩 부르곤 합니다.
제는 스텝(?)의 한 사람으로 자주 초청을 받았지요.
제가 즐겨 불렀던 노래는 송창식의 '피리부는 사나이'였습니다.
하여튼 정신병원에서의 일상은 그곳이 특수병동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아니하는 그야말로 일상이었습니다.
(다음에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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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한 송이를 올려봅니다.
요즘 길거리 꽃집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가을에 피는 국화를 秋菊이라하고, 꽃대 하나에 여러 꽃송이가 모여 피는 것을 스프레이(하나만 피는 것은 스탠다드 또는 일륜화)라 하고, 해바라기와 같이 가운데와 꽃잎이 분리된 것을 홑꽃이라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겹꽃이라고 하니까...
이것은 스프레이 겹꽃 추국이 되네요..
그리고 이것은 외래종입니다.
2000. 11. 1
뱀발 : 노래 한 곡 (동물원의 유리로 만든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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