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10리 흙 길을 찢어진 우산들고 등교하던 산골소년이,
흙탕물에 미끌거리는 고무신을 몇 번이나 추스려 신다
끝내는 한 손에 움켜들고 등교하던 산골소년이
이제는 비오는 출근길에 차 막힌다고 투덜댑니다.
훌쩍 커 버린 소년의 어린 날의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벌써 그 소년보다 몇 배는 영악해져버린 소년의 아들 이야기,
나무와 풀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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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가족이 함께 주말농장에 갔습니다.
해 거름 무렵이었지만 햇빛은 꽤나 따가웠습니다.
온 가족이 열탕에서 사우나하는 건지 차를 탄 건지 구분이 안가는
애매한 상태로 약 10분 정도 걸려서 주말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제 차가 93년식 엘란트라인데 에어컨이 고장나서...)
주말농장에 가서 저는 고추를 손보고 있었고(진짜 고추입니다....--;;),
아내는 상추 잎을 따고 아이들은 방울토마토에 물을 주었습니다.
원래 아이들이 주말농장 가는 걸 싫어했는데, 그래도 산 교육이랍시고
싫다는 애들 질질 끌고 다니다가 얼마 전부터는 방울토마토에 두 아이
이름으로 명찰을 달아주니까 이제는 잘 따라 다니고, 이제는 자기네
토마토에만 물을 줍니다.
그러다 우연히 일곱 살 난 큰아이가 옆집 아이와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키는 큰 아이보다 약간 작아 보였는데 생김새를 보니 똘똘하니 보이는 게
나이는 더 들어보였습니다.
먼저 옆집 아이가 큰아이에게 묻습니다.
"너 몇 살이야?"
그 나이는 예나 지금이나 나이가 가장 중요한가 봅니다.
(하긴 요즘 어른 중에서도 나이로만 살려는 분도 계시지만)
큰아이가 가슴을 펴면서 자신있게 대답합니다
"난 일곱 살이야. 너는 몇 살이야?"
"난 여덟 살이야."
갑자기 허를 찔린 큰아이는 말문이 막혔나 봅니다.
그러다 다시 옆집 아이를 아래 위로 한번 훑어보고 말합니다.
"너 거짓말이지. 나한테 형이라고 불리고 싶어서 나보고 먼저 나이를
말하게 하려고 그런거 다 알어 ?"
조금 있다가 큰아이가 와서 분이 안 풀린 듯 이야기합니다.
"아빠! 쟤가 나한테 형이라고 불리고 싶어서 나보고 먼저 나이를 말하게
하고 자기는 여덟 살이라고 했어. 나도 다음부터 나이를 먼저 말하지
않아야지"
"아냐! 아빠가 보기엔 쟤가 너보다 나이 많이 보이는걸......"
큰 아들은 벌써 먼저하면 그리고 솔직하면 손해볼 수도 있다는 걸 깨닫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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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딸기입니다.
뱀이 먹기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까지 뱀이 딸기 먹는 걸 본 적은 없거든요.
그냥 뱀이 다니는 풀속에 자라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크기는 나무딸기와 비슷하고요, 맛은 약간 달긴해도 과육(?)이 너무 물러서
먹을게 없어요. 그리고 자잘한 씨가 입에 걸리구요.
그래도 군것질거리가 없어서 먹곤 했는데 요즘 애들에게 주면 글쎄요...
풀에 꿰어서 들고 다니고, 소꿉놀이에 쓰곤 하지요.
지금쯤 익고 있을 겁니다.
2000. 7. 5 맑은 날 ksg4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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