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10리 흙길을 찢어진 우산들고 등교하던 산골소년이,
흙탕물에 미끌거리는 고무신을 몇 번이나 추스려 신다
끝내는 한 손에 움켜들고 등교하던 산골소년이
이제는 비오는 출근길에 차 막힌다고 투덜댑니다.
훌쩍 커 버린 소년의 어린 날의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벌써 그 소년보다 몇 배는 영악해져버린 소년의 아들 이야기,
나무와 풀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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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딸
황지우
우리 집으로 오는 길은 시장이 있고 그 길로 한 백 미터 쯤
위로 올라오면 호남 정육점이 있는데요, 거기서
오른쪽 생선가게 있는 샛길로 올라오면 신림탕이라고
공중 목욕탕이 있고요, 그 뒤 공터에 소금집과 기와공장이 있지요.
소금집은 루핑으로 지붕을 얹은 판잣집인데요,
거기서 다시 연립주택이 있는 골목길로 쭉 타고 올라오면
여덟 번째 반슬라브 가옥이 바로 우리 집이지요. 이 집에서
나는 번역도 하고 르포도 쓰고 가끔 시도 쓰면서 살지요.
마누라가 신경질 부리면 다섯 살 난 딸을 데리고
소금집 공터에 나와 놀지요. 공터의 큰 포플라나무 그늘에
앉아 노인들은 화투를 치고. 어떤 날은, 리어카에 목마 여섯 대를 달고
아이들에게 백 원씩 받고는 한 이십 분이고 삼십 분씩 태워주는
할아버지가 그 그늘 아래로 오지요. 나는 환호하는 딸을
하얀 백말에 앉혀주고 그 하얀 백말의 귀를 잡고 흔들어 주지요.
아, 나의 아름다운 딸은 내 눈 앞에서, 네 발을
묶은 용수철을 단방에 팍 끊고 튀어가는 듯하지요. 말갈 기를
흩날리며 나의 아름다운 딸은 기와공장에서 불어오 는
모래 바람 속으로, 아, 노령 연해주 땅으로, 멀고 안 보이는
나라로 들어가 버린 듯하지요.
어때요??
엷은 수채화 그림이 들어 있는 예쁜 동화 한편 읽은 기분이죠 ??
전 이 글이 너무 예쁘서 자주 꺼내어 읽어봅니다.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예쁜 딸아이 한 명 있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우리 아들은 어떠냐구요?
바이킹 타는 걸 좋아하지 목마 태워주면 시시하다고 해요.
그리고 우리동네는 목마태우는 할아버지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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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나무입니다.
지금쯤 하얀 꽃이 다 지고 조그마한 파란 열매가 달려 있지요.
시골에서 새총을 만들 때 쓰는 나무입니다.
Y자로 가지가 생겨서 새총가지로 안성마춤이지요.
늦가을이면 꼭 쥐똥모양의 까만 열매가 알알이 열려서 초봄까지 달려 있지요.
아마도 열매가 쥐똥모양이라서 붙은 이름인가 봅니다.(쥐똥보다 약간 작아요)
시골에 가면 울타리로 많이 심어요.
그리고 꽃향기는 라일락이랑 비슷하고 진해요.
2000. 7. 3 맑은 날 ksg4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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