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父傳子傳)
어제 오후에 윤석이랑 경욱이와 같이 아파트단지 내 공원에 공원에 놀러 갔습니다.
쌀쌀한 바람이 다소 불어도 오랜만의 외출이라 참 좋았습니다.
공원 내 작은 운동장에는 꽃샘추위 탓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간이 축구장에서 축구공을 놓고서는 아이들과 공차기를 하며 놀았습니다.
두 놈 다 부지런히 공을 쫒아 다니고, 저는 멀리 도망간 공을 잡아 오면서 한참이나 축구를 합니다.
지난 초가을에 함께 공을 차보고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골키퍼하고 윤석이랑 경욱이가 번갈아 가면서 4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핸드볼 골대에 골인하는 게임을 하였습니다.
두 놈 다 작년 초가을보다는 발 힘이 다소 세어진 듯하여 저는 기분이 무척이나 흡족해합니다.
'역시 부전자전이야. 내가 공을 잘 차지 못하는 것은 어릴 때 잘 먹지 못했고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이야~'
사실 저는 개다리중에 삽살개 다리축에 듭니다.
작은 공으로 하는 게임은 어느 정도 하는데(예를 들어 당구, 야구, 구슬치기..), 큰 공으로 하는 경기는 완전히 젬병입니다.
축구나 족구, 농구게임을 하면 항상 게임이 끝나고 영웅 대접을 받습니다.
우리 팀이 아닌 상대팀에게서요.....
그렇게 간혹 헛발질을 하더라도 격려를 해주면서 우리 삼부자는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윤석이 유치원 친구가 누나들을 따라 축구공을 가지고 놀러 왔습니다.
윤석이 친구는 혼자서 공을 차고 놀다가 같이 놀자고 부탁을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윤석이랑 둘이 프리킥차기를 시켰습니다.
먼저 윤석이가 찹니다.
오미터 정도 물러났다가 달려오면서 찼는데 공은 골대를 벗어납니다.
그담에는 윤석이 친구가 찹니다.
윤석이 친구는 윤석이보다 키도 작고 몸도 갸날픕니다.
그 아이는 이미터 정도 물러났다가 달려오면서 찼습니다.
공이 정확하게 저 앞으로 옵니다.
그것도 굴러 오는 게 아니라 날아 옵니다.
저는 몸을 던져서 가까스로 막으면서 충격을 먹습니다.
'음~ 이놈 엄청 잘 차네....'
담에 또 윤석이 차례입니다.
지도 친구가 차는 것에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
이번에는 칠미터 정도 물러섭니다.
그리고는 필사적으로 달려 오면서 공을 찹니다.
그러나 공은 제자리에 있습니다.
헛발질이지요.. ㅠ,.ㅠ;;
다시 차라고 저는 친절한 아저씨처럼 말합니다.
다행히 윤석이 친구는 따지지 않았고 저는 속으로 무지 다행이라 여깁니다.
윤석이가 다시 찹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맞았습니다.
그러나 공을 떼구르르 굴러서 제 앞으로 옵니다.
저는 순간 무지 갈등을 합니다.
윤석이 기를 세우느냐 아니면 제 양심을 세우느냐고....
'이걸 잡아? 아님 말아?'
저는 결국 잡고 말았습니다.
공 하나에 양심을 팔 수는 없었습니다.
윤석이 친구 차례입니다.
그놈은 이번에 오미터 정도 물러 나서 찰 준비를 합니다.
저는 월드컵 결승전에서 마지막 프리킥을 막는 비장한 각오로 이빨을 악뭅니다.
드디어 그놈이 달려듭니다.
뻥~
공은 절묘하게 골대옆으로 날아 들어가버립니다.
그 공은 김병지라도 못막을 공이었습니다.
저는 어른답게 칭잔을 아끼지 않습니다.
"공을 아주 잘 차는구나"
다시 윤석이 차례입니다.
윤석이는 한층 비장해 집니다.
이번에는 10미터 정도 물러납니다.
윤석이 지구력이라면 10미터 정도를 물러나면 아마도 중간에 한 번 쉬었다가 다시 뚸어야 할 거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웃는 얼굴로 타이릅니다.
"윤석아~. 너무 멀면 힘들어~. 좀 더 가까이 와서 차는 게 좋아~"
윤석이는 고집을 부립니다.
그래서 저는 골대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쯤 자리잡고 섰습니다.
(이것도 양심을 판 것은 아닙니다. 골키퍼 맘이니까요)
윤석이가 공을 향하여 뛰어 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7미터쯤 달려오더니 갑자기 속도가 뚝 떨어집니다.
가까스로 공까지 와서 발로 찹니다.
공이 굴러옵니다.
이번에는 코스는 맞는 듯 합니다.
가만히 두면 골인이 되긴 되는데 골대까지 공이 오는데 시간이 한 참이나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무척이다 길다고 느끼면서 저는 다시 갈등을 합니다.
그러다 저는 공을 발로 차내려고 달려가면서 공을 찼는데 헛발질을 합니다.
이거 진짜 실수입니다.
아들이라고, 기 살리려고 봐준 거 절때루 아닙니다.(양심이 아파옵니다)
그렇게 몇 번씩 차다가 저는 경기를 중단시켰고 공을 들고는 집으로 돌아 옵니다.
윤석이가 어깨가 축 쳐져서 뒤따라 옵니다.
경욱이는 누가 공을 가져갈 새라 꼭 안고 따라옵니다.
"아빠~ 친구 오기 전에 너무 많이 뛰어서 힘이 다 빠졌나봐~"
'이놈 자식이~... 변명까지 지 애비 닮았구먼......'
축구는 축구선수가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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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알꽃입니다.
이름이 좀 야하지요?
제게 이름을 지으라 했으면 '견고환화'로 지었을텐데....
5월∼7월에 심산초원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며, 높이 50cm정도 자란답니다.
꽃은 연한 홍자색이며, 야생란 중에서 비교적 꽃이 화려한 축에 듭니다.
이름이 천하다하여 '복주머니란'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답니다.
이름이 천하긴 천하지요??
2001. 3. 12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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