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니, 지난 4일과 5일에 걸쳐 내린 눈으로 충청과 경북지방이 영 난리가 아니다.
하우스와 축사 파손, 공장붕괴, 고립, 도로의 정체 등 엄청난 피해를 불러왔다.
무너진 하우스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는 늙은 농부의 깊은 주름살에서 내 아직 겪지 못한 깊은 절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천재지변을 앞에 두고 누구를 탓하랴.
다만 신속한 도움으로 복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만 하루가 넘도록 갇힌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뉴스에서는 그 주요원인으로 고속도로공사와 건설교통부 등의 늑장대응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사고가 처음 났을 때 사고상황과 차량을 치우는 시간 및 폭설의 양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만 하였다면 고속도로 진입을 통제하고 사고차량을 견인한 다음 제설작업을 하였다면 그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고립은 생기지 않았을 듯 하다.
뿐만 아니라, 사후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듯 하다.
고속도로 하행선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스무시간 가량 갇혀 있다면 중앙분리대를 몇 군데 개방하여 되돌아 오려는 차량이나 긴급차량을 빼내어야 할 터인데, 그러한 작업은 너무도 늦게 이루어졌다.
복구비용이 부담되었는가?
고속도로 통행료 계산하기가 복잡해서 그랬는가?
그도 저도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해서인가?
하여간 여러 가지로 고속도로 등의 도로관리 책임을 지는 기관에서의 대처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갇히게 된 것이 단지 고속도로공사나 건설교통부만의 책임인가.
절대 아니다.
그 책임의 반 이상은 그 당시 고속도로에 갇혀 있던 사람의 몫이다.
도로에 갇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설차량이 진입하려고 해도 도저히 진입할 수가 없었단 말이다.
갓길에 차량을 주차한 채 차를 두고 어디론가 홀로 떠나간 그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다.
사실 50Km 정도가 폭설로 막혔다고 본다면, 개인적인 짧은 소견으로는 갓길에 차만 없다면 제설차량이 갓길부터 제설을 하고 제설된 갓길로 차량들이 빠지고 남은 도로를 다시 제설하면 길어야 서너시간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 승용차는 물론이고 대형트럭까지 갓길에 줄줄이 차를 버려두었던 것이다.
우리는 몇 년 전 영동고속도로에서는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수 십시간 고립상태를 겪은 나라다.
그런데도 금번에 똑같은 사태가 재연되었다.
물론 방송도 문제가 많다.
뉴스에서는 갓길에 차를 두고 차를 이탈하지 말라는 방송부터 했어야 하는데, 그저 뉴스꺼리를 만났다고 기뻐 날뛰듯 상황만 방송하고(어쩌면 그들은 고립상태가 일주일쯤 지속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고속도로에서 갇혀있던 사람도 차를 버리고 가는 사람을 말릴 줄 알았어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는가?
사실 고속도로에서 갓길에 차를 두지 말아야 하고, 정체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상식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안 통한다.
하긴 상식이 통한다면 나라꼴이 이정도겠냐만.........
뉴스에서 갓길차량을 견인하는 것을 보면서, ‘저런 차들은 곧장 폐차장으로 보내버리고, 면허증을 취소해버려야 하는데..............’하는 중얼거림이 번져나온다.
2004. 3. 8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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