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이 일기 ♥

2001년 4월 27일 화요일 맑음

학교가 마치고 집에 갈 시간이다.

책가방을 다 꾸려서 등에 멘 다음, 짝꿍인 윤서에게 가방을 달라고 해서 오른손에 들었다.

교실을 나오는데 유치원 친구인 민지가 같이 가자고 따라온다.


'계집애~ 그냥 지 혼자 가지'


속으로만 투덜거리며, 민지를 보고 가방을 달라고 해서 왼손에 들었다.

윤서 가방만 들어주면 너무 부끄러운 노릇이다.

교실을 나와서 운동장을 걸어가는데 너무 힘들다.

그래도 힘든 표정은 감추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으로 향했다.

윤서랑 민지의 걸음이 유달리 빠르다.


'계집애들~ 좀 천천히 가지...'


갑자기 학교 다니기가 싫어진다.

앞으로 가방 세 개를 메고 집에까지 가야할 일이 아득해진다.

윤서 엄마가 갑자기 원망스러워진다.

그저께 학교 마치고 윤서네 집에 놀러 갔는데, 윤서 엄마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윤석아~ 우리 윤서는 키도 작고 힘도 없는데 남자인 네가 학교 마치고 윤서가방 좀 들어줄래?"


윤서엄마가 나보고 '멋진 왕자님~'이라면서 이쁘하시는데 차마 못한다는 말을 못하고

그냥 '예'하고 대답하고 말았다.

후회가 엄청된다.

윤서네 집에 괜히 놀러갔었나보다.


교문을 나오는데 저만치 앞에서 윤서엄마가 윤서 마중을 나오시고 계신다.

윤서 엄마가 나를 보더니 달려와서 가방을 받아주시면서 말씀하신다.


"아이구 왕자님~ 우리 윤서 가방을 들어주셨네."


힘들지 않은 척 하면서 그냥 씨익 웃었다.

그래야 남자다우니까....


그나저나 내일 모래 계속 걱정이다.

윤서 엄마가 이제부터는 가방 안들어도 된다는 말씀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한테 말씀드려서 다른 학교로 전학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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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아내가 윤서엄마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제가 써 보았습니다.

지깐에 벌써 남자라고....^^


그리고 며칠 전에 윤석이에게 물어보고 안 것이었는데, 윤서 엄마가 본 것은 가방을 든지

6일째 되는 날이었답니다.

그리고 신발가방까지 총 6개 였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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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들빼기 꽃입니다.
쌉싸름한 고들빼기 김치.....일품이죠..쩝.
고들빼기도 꽃이 지고 난 담에 아주 작은 홀씨를 날립니다.
민들레의 사촌쯤 되나 봅니다.

2001. 5. 8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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