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가 쓰는 경욱이 일기(2) ♥
2001년 5월 17일 목요일 날씨는 잘 모르겠음
엄마가 가서 자라고 하신다.
형은 아까부터 하품을 하더니 먼저 들어가더니 자고있나 보다.
잠이 안 온다고 하니까, 아빠가 한 말씀 거드신다.
아빠가 말씀하실 때는 일단 시키는 대로 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형은 가끔 이 사실을 까먹고 있다가 아빠한테 혼나곤 하는데 나는 좀 다르다.
방에 들어가서 누우니 약간 오던 잠이 다 달아나고 진짜 잠이 안 온다.
텔레비젼에서는 아까보다 더 재미있는 소리가 들린다.
뭐 하나 하고 달려나왔다가, 아빠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아서 그냥 들어갔다.
되돌아가서 누우니까 심통이 나기 시작한다.
누워서 엄마한테 뭐 투정 부릴 일이 없나 생각해 본다.
'그렇지. 동화 테이프를 틀어 달래야지'
"엄마~ 테이프 틀어도~"(틀어줘요)
엄마가 금방 와서 테이프를 틀어놓고 나가신다.
테이프 소리가 조금 작은 것 같다.
"엄마 소리 좀 높여조~"
엄마가 다시 와서 소리를 좀 높여주신다.
그리고 잠시 누워서 생각하니 이불을 아직 안 덮었다.
이불은 발부근에 있어서 끌어다 덮어도 되지만 그렇게 하기가 싫다.
"엄마~ 이불 덮어조~"
아무 말씀이 없다.
"엄마아~ 이불 좀 덮어조오~"
"밑에 있잖아.... 니가 덮어."
"나 못해~. 엄마가 덮어도~"
"넌 할 수 있어. 니가 덮어"
"못해에~ 엄마가 덮어조오~"
제법 큰 소리를 고함을 질렀다.
아무 대답이 없다.
아마 이불을 덮어주러 오시나보다.
방문 앞에 엄마가 나타난다.
누워서 쳐다보니까 손에 빗자루를 들고 있다.
청소하러 오신 것은 아니고 아마도 혼내러 오셨나보다.
갑자기 후회가 좀 된다.
'그냥 혼자 덮을 걸~~~'
"이불 혼자서 덮어"
엄마 말씀이 단호해진다.
여기서 한번 더 개겼다가는 한 대 맞을 게 뻔하다.
그렇다고 혼자 덮자니 좀 민망하다.
그래도 민망한 게 아픈 거 보다 낮다.
혼자서 이불을 펴다 덮었다.
그러자 엄마는 아무 말씀없이 다시 아빠 옷을 다리러 나가신다.
'아~ 날이 갈수록 살기가 힘들다.'
얼마 전에만 해도 이불 덮어달라고 하면 아무 말씀없이 덮어주고 뽀뽀까지 해주고 나가셨는데....
앞으로 이불 덮어달라는 소리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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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욱이는 막내답게 터무니없는 어리광을 곧잘 부립니다.
그렇지만 막내답게 영악한 맛이 있어, 혼날 때까지 밀어붙이지는 않지요.
윤석이는 실떼없이 지조를 지키다가 혼나기도 자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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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입니다.
시골 산과들에, 도로가에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입니다.
꽃이야 다들 봤겠지만, 이름은 생소하지요.
북미 대륙이 원산인 귀화 식물입니다.
꽃의 모양은 계란 프라이를 한 것 같고 작아서 매우 귀엽고 예쁩니다.
번식력이 워낙 좋아서 한 번 밭에 퍼지기 시작하면 농사를 다 망친다는 뜻으로
개망초(皆亡草)라고 한답니다.
2001. 5. 18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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