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도 광화문을 다녀왔습니다.

자꾸 광화문이니 탄핵이니 하는 글을 올리려니 이 분위기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대단한 척하는 것 같아서 어색하기도 하지만,

제가 원래 좀 그렇잖습니까?

‘지 잘 난 맛에 산다고....’ ^^;


하여간 지난 토요일에도 광화문 집회를 다녀왔습니다.

지지난 주와 같이 시청역에 내려서 화장실을 가려니 화장실 앞에 사람들이 뻥 좀 보태서 수십미터는 늘어서 있다라구요.

그래서 분위기가 지지난 주와 많이 틀림을 실감하면서 거리로 나가보니, 여섯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사람들의 물결이 거리를 잔뜩 메우고 있더라구요.

아내는 큰 아들, 저는 작은 아들의 손목을 꼭 잡고 갈 수 있는 데 까지 앞으로 가서 자리잡았습니다.


그때까지 행사는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고(사실 1부가 진행중이었지만, 스피커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7시30 가까이 되어서 스피커가 설치되자 행사는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분위기 였습니다.


처음 집을 나설 때 불법집회라면서 참석을 주저(?)하던 윤석이 놈과, 멋도 모르고 나들이 자체에 흥이 나 있던 경욱이는 난생 처음보는 수 많은 인파에 잠시 놀라더니 금새 집회 분위기에 빠져들어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구호를 따라 외치고, 노래도 금방 따라 불렀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벌떡 일어선다거나, 풍선을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촛불로 장난을 쳐서 주변사람들에게 ‘탄핵찬성 프락치들의 위장참가’로 오해의 눈초리도 더러 받았구요.


참 그날 집회에는 대구에서 올라온 대학 선배와 만나서 내내 함께 자리했답니다.

의사하는 양반인데, 그 나이에 그 직업이면 학생시절 민주투사였을지라도 적당한 타협을 거쳐서 보수가 되게 마련인데,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열차를 타고 올라온 것이었지요.

행사 중에 모금함을 든 자원봉사자(이십재 초반의 여학생으로 보이는)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앞 다투어 천원에서 만원까지 선뜻 내미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그때 옆에 앉은 선배가 부스럭거리길래 쳐다보니 지갑에서 십몇만원이나 되는 돈을 뭉쳐서 들고 있길래 한 마디 했습니다.


“형!  돈을 펴서 넣어봐~”


좀 더 많은 모금을 위한 바람잡이 작전이라는 것을 눈치 챈 선배는 일어나서 돈을 펼쳐서 집어 넣었고, 모금함을 든 자원봉사자가 입을 딱 벌리며 선배를 쳐다보았고, 주변 사람은 열화와 같은 박수를 쳤답니다.

그런데 그 작전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천원짜리를 들고 있는 손들이 슬그머니 내려가 버렸거든요. ㅡ.ㅡ;


8시 30경 식사를 하러 자리를 비웠다가 한 시간쯤 지나서 돌아오니 행사는 바야흐로 피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바위처럼이라는 노래가 나오면 젊은 학생들은 일어나서 율동을 따라하면서 흥을 돋구웠는데, 예전에 해본 깐으로 따라하려니 도저히 몸이 따라주질 않더군요. ㅜ,.ㅜ;;


임을 위한 행진곡, 타는 목마름으로 등 아는 노래 몇 곡은 목청껏 따라 불렀고, 신곡들을 가사집을 보면서 흥얼거렸습니다.


참, 행사장에는 이러한 가사 모음 책자가 배포되어 있었는데,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3만부를 작성한 것이라 하였습니다.


선배가 11시 기차로 내려가야 하기에 열시 반쯤 행사장을 떠나서 선배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하철에서 윤석이가 한마디를 하였고, 그 옆자리에 앉았던 중년의 아저씨가 웃었습니다.


“아빠~ 우리나라도 이제 핵 보유국이 되었지. 탄~핵~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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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과 어제 보니까 딴나라당과 민주당에서 그 집회를 두고 말이 많습디다.

열린 우리당에서 집회를 조직적으로 만들었다나...

그래서 속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그럼 니들이 한번 만들어 봐라. 그래서 지난 토요일 군중의 1/10이라도 모이면 내가 회사 그만 둔다.’


1/8쯤 어용집회가 만들어졌다고 설마 회사 관두라는 식구님은 없겠지요? ^^;


2004. 3. 22  맑은날


추신 : 그림은 마땅한 게 없어서 청안애어님 방에서 가져왔습니다.

저 그림에서 안 보이는 부분이 3/5 정도 되는데 저는 안 보이는 부분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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