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에 감전되면 어떤 지 알어?
간단히 말하면 짜릿하고, 과장해서 말하면 엄청 짜릿하고, 겁나게 말하면 겁나게 짜릿하지.
아마 로묘와 쥴럇이 첨 만나서 손잡을 때보다, 콩쥐가 팥쥐를 만났을 때보다 더 짜릿할껄(콩쥐와 팥쥐가 만날 때 짜릿할 일이 머 있냐구 묻지마, 그냥 그런줄 알고 듣기나 해).
내 말에 의심이 들면 이렇게 해봐.
먼저 두꺼비 집을 열고, 손가락에 침을 바른 다음, 휴즈에 한 손가락을 과감하게 가져다 붙이는 거야.(굳이 손가락이어야만 되냐고 따지는 사람 있는데 엄지발가락도 가능해)
그러면 어떠냐구?
운이 좋다면 살아날 수도 있긴 있는데, 살아남으면 그 기분을 리얼하게 아래 꼬리말에다 올려봐바, 난 오래되어서 리얼리티가 좀 떨어지거든.
짜릿한 것을 어떻게 아냐고?
네 번을 감전되어 본 사람이니까 잘 알지.
네 번 씩이나 감전되었다니, 띨띨하게 보는데 그러지 말라구.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형태로 감전된 것은 아니고, 네 번 모두 불가피한 사연이 있었으니까.
내 고향에 전기가 첨 들어온 건 국민학교 5학년 가을 무렵이었지.
(이런 이야기하면 못믿는 사람이 더러 있는 것 같은데, 얼마나 산골이었냐 하면, 고향에 전봇대 세우는 것을 호랑이가 담배 피우면서 구경하곤 하였다면 믿겠어?)
220볼트 전기가 들어오는 날 학교를 마치고 십리 길을 달려서 집에 도착했지.
집에 오자마자 방에 들어가서 전등을 켰을 때 느꼈던 그 밝음이란 심학규씨가 그 딸을 만나서 개안수술을 받았을 때와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지.
그때 전기 수리공이 집에 있었는데 몇 가지 주의사항을 주더라구.
젖은 손으로 전선을 잡으면 감전된다는 둥......
그런데 전등의 밝음에 취해서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지.
다음 날 학교에 가자 온통 전기 이야기로 꽃을 피웠는데, 그 때 먼저 전기가 들어온 면소재지에 사는 놈이 그러는 거야.
전기선을 한 가닥만 잡으면 감전되지 않는다고....
그래서 전깃줄에 참새가 앉아도 죽지 않는다는 그럴듯한 실례까지 들면서....
그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자 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두꺼비집으로 달려갔지.
두꺼비집을 여니 흘러가는 전기는 안보이고 하얀 색의 퓨즈만 보이더라.
쬐금 망설이다, ‘젓깃줄의 참새’를 생각하면서 과감하게 손가락을 퓨즈 한 가닥에 갖다 댔지.
그 순간 눈 앞에 불꽃이 팍 하고 튀는 느낌이 들면서 주저앉아 버렸지.
엄청나더만.
전기의 위대함을 처음 알았던 거지.
그 충격이후 알딸딸한 상태에서 고민하고 내린 결론은 ‘참새와 사람은 그냥 좀 다르다’였는데, 나이들어 알고보니, 참새는 공중에 있기 때문에 전기(전류)가 참새의 몸을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란 걸 알았지.
두 번째 감전은 중학교 1학년 무렵이었을 거야.
최초 감전의 기억이 연령증가와 감전충격으로 인한 뇌손상, 첫사랑의 아픔에 따른 고뇌와 번민, 음주로 인한 뇌신진대사의 장애 등 복잡다단한 사유로 흐리멍텅해질 정도의 시간이 지난 거지.
겨울방학이었어.
날씨는 춥고, 놀아줄 친구는 없고, 읽을 책도 없는데다 속까지 출출한 그런 날이었어.
구들목에 누워서 도배지의 무늬 연구와 연결부위의 결함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었는 데, 곁에 어머니께서 멸치를 까고 계셨지.
무료한 입을 달래려고 반으로 쪼개진 멸치(말이 멸치지 거의 고등어만한 국물용 멸치)를 질겅질겅 씹어대다가, 구워먹으면 고소하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그래서 멸치를 알파벳 ‘U’자 모양으로 구부린 다음, 11자형 콘센트에 꽂아보았지.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합선이 되면서 멸치가 고소하게 익기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몇 마리를 구워먹다가, 유독 많이 눅눅한 놈 하나를 잡고 콘센트에 꽂는 순간 눈에 불꽃이 튄거야.
습기가 많아서 감전된거지.
정신이 알딸딸한 상태에서 욕까지 들어먹으면서 겨우 정신을 수습했지.
‘그때 죽었다면...’하고 생각하니 지금도 끔찍한 거 있지.
『전기 콘센트에 멸치 구워먹던 중학생이 감전사당하다...』
개죽음보다 더 쪽팔리는 죽임 아니겠니.
멸치가 구워진다는 게 믿을 수 없다고?
그럼 오늘 당장 한번 해봐.
그런데 요즘 콘센트가 안전형이라서 쉽진 않겠지만, 노력하면 가능할 거야.
대신 멸치가 충분하게 눅눅해야할거야.
그리고 고등학교때 두 번 더 감전당한 적이 있었는데, 말이 길어지니까 생략할께.
왜 갑자기 전깃줄에 앉은 까마귀가 뽀뽀하다가 감전사하는 것처럼 택도 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그냥 윤석이놈 봉침 맞는 거 생각해보니, 부전자전같다고 생각되어서 해본 소리야.
이렇게 싱거운 소리 하다보면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올거야.
다들 바람에 살랑 흔들이는 유월의 녹음처럼 맑고 밝고 가벼운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어.
2004. 5. 27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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