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퇴근하니 윤석이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다가 달려나와서 인사를 한다.

한번 안아주고 뽀뽀를 하고, 윤석이는 다시 침대로 들어간다.

경욱이는 이미 잠들었다.


세수하고 나오니까, 마눌이 실실 웃으면서 “자기 아들, 왜 저런지 몰라...”한다.

‘자기 아들이라니.......’

누가 들으면 밖에서 낳아서 데리고 온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슴을 본 여자라곤 어머니와 마눌 밖에 없는 순진한 사람을 두고 할 소리는 아닌데......


사연을 듣고보니, 이해가 가긴 한다.

그날 윤석이는 체험학습인가 한다면서, 청계사에 갔다고 한다.

청계사를 둘러보고, 인근에 있는 벌 치는 곳에 들러서 벌과 꿀 등에 대하여 설명을 들은 다음 봉침(蜂針)을 맞아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나오라고 했는데, 이 놈이 덜렁 일등으로 나간 것이다. (예전에 선생님이 매 맞아 볼 사람이라고 했을 때 손 든 것과 흡사하다)

그래서 왼쪽 손등에 벌침을 맞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놈이 집에 오면서부터 생겼다.

손등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가지럽고 해서 긁었는데, 밤이 되니 손이 퉁퉁 부어오른 것이었다.


원래 벌침에 쏘이면 사람에 따라 그 반응이 제각각이다.

예민한 체질인 경우 벌침에 쏘이는 것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체질은 한번 쏘이고 난 다음에는 더욱 더 예민한 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자주 쏘이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들었다.

이것을 의학적으로 무어라 하던데, 그 말은 기억 못하겠다.

하여간, 나는 벌침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심각한 편이다.

학교 다닐 적에 벌에 한 번 쏘여서 3일을 온 몸이 부어서 누워있었던 적이 있다.

윤석이가 내 체질을 닮았다면, 그놈도 그러할 것인데, 봉침을 한번 맞은 것 치고는 알러지 반응이 보기보다 심각한 것으로 봐서 아마도 닮은 체질인 듯 하다.


그런데 내가 이해 못할 것은 그놈의 체질이 아니라, 무모하게 손을 번쩍 드는 버릇이다.

마눌이 물었더니, 그놈의 대답이


‘일단 궁금하고,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맞았다나.....’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봉침 맞았냐고 물어보니까, 달랑 두 놈이 맞았다고 한다.


언제 시간나면 윤석이와 봉침 맞은 사유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론을 해야겠다.

먼저, 체질에 따른 봉침의 위험에 대한 교육을 한 다음 그날 손든 사유가 호기심인지, 공명심인지에 대하여 알아보고, 만일 공명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단단히 교육해야 할 것 같다.

 

2004. 5. 25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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