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국민학교 들기 전에는 형들의 교과서를 많이 읽었고,
국민학교 들어서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만화, 동화, 소설, 수필, 잡지, 세계문학, 무협지, 성인물, 추리물, 과학물, 단편, 장편, 선데이서울, 구약성서, 농민일보 등 장르와 분량을 불문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밥상에서도 책을 펴 놓고있었고, 10리길을 학교 오갈 때도 책을 들고 걸었던 적이 꽤 있었다.
그 당시 친구집에 있었던 한국위인에 대한 만화전집을 거의 다 읽었는데 그 책을 가진 그 친구가 그렇게 부러웠다.
중고등학교 시절,
주로 고전소설, 중국고대소설, 무협지, 근대계몽소설, 만화에 몰입했다.
고우영화백과 이현세, 박봉성 등의 만화에 광적으로 집착했던 기억이 있다.
고우영 화백의 작품으로는 삼국지, 서유기, 열국지, 수호지, 18사략, 일지매, 초한지, 500년, 임꺽정, 대야망, 놀부전, 박씨전, 80일간의 세계일주, 해동일룡, 그리고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도술만화 2권 등을 몇 번씩이고 다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이 만화가 그 분의 전 작품일 것이다)
그리고 저자도 제목도 기억나지 않으나, 고등학교 도서관에 있었던 조선시대의 닌자이야기에 필이 제대로 꽂혔던 기억이 선명하다.
학교다닐 때, 국어시험은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데, 다독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 이후,
고3때부터 공부라는 것을 한답시고 독서할 여유를 별로 얻지 못했다.
큰 공부를 하지도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이문열씨 작품을 즐겨 읽었고, 여명의 눈동자 등 추리물을 즐겼다.
가끔씩 시집을 사서 읽기도 했는데, 처음으로 구입한 시집은 황지우 시인의 시집이었다.
직장생활하면서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얻으면서 독서를 다시 시작하였는데, 주로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길에 많은 책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책을 읽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책 읽는 버릇.
성인이 되면서 편식을 하는 경향이 생겼고 갈수록 심해지는 듯 하다.
외국작가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가사 크리스티, 존 그리샴, 시드니셀던 등의 작품을 거의 다 읽었고,
국내작가로는 조정래, 신영복, 이순원, 이외수, 이문열, 이청준, 박범신, 최인호, 성석제, 김훈 등의 소설을 대부분 읽었다.
그외 베스트셀러로 소문나면 더러 읽곤 했다. (그렇게 모은 책들이 책장 몇 개를 차지하는데, 큰 녀석이 거의 읽은 듯 하다)
독서편식으로는 여류작가의 글을 거의 보지 않는 점, 서양고전을 소홀히 한 점(물론 세익스피어나 구리스 로마신화 등 재미있는 것은 다 보았다), 경제관련 서적이나 처세술에 관한 책을 거의 읽지 않았고, 국내 소설가도 몇몇 작가에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다가도 작가의 무식을 무책임하게 드러내었다 싶으면 덮어버렸다.
예를 들면, 노가원씨의 장편소설 "붉은 까마귀"를 대대적인 광고에 홀려 구입을 했는데, 몇 장을 넘기면서 2번의 실망을 하고는 곧바로 덮어 버렸다.
- 소년이 키우는 소의 코뚜레에 달린 워낭소리가.... 어쩌구...저쩌구...............
(내가 삼천리 방방곡곡을 다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코뚜레에 워낭을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작가가 코뚜레를 모르거나 아니면 워낭달린 소를 본 적이 없으리라.)
그래서 지금도 장편소설을 구입할 때는 늘 1권만 따로 구입하여 간을 보고 나머지를 일괄 구입하곤 한다.
최근에 읽은 책.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은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 사이먼 싱의 '빅뱅',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 백영옥의 '스타일',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진중권의 '호모 코레아니쿠스',이문구의 '관촌수필'을 읽었는데 모두 추천할 만한 책이다.
빅뱅은 칼 세이건이 지은 '코스모스'를 읽은 다음 읽었는데 둘 다 비슷하나 개인적으로는 빅뱅이 좋았던 것 같다.
지금 읽는 책,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고 있다.
동서의 고전에 들어가는 책을 소개하면서, 작가의 견해와 작가의 이야기를 살짝 가미하는 책인데,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고,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왼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은 책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젊은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과 그 책을 읽는 법을 안내하는 독서지도서라고 해야겠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도서는 다음과 같다.
토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이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멜더스의 '인구론', 푸쉬킨의 '대위의 딸', 맹자의 '맹자', 최인훈의 '광장', 사마천의 '사기',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다윈의 '종의 기원',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이다.
이들 중에는 읽은 책도 있고, 읽다 만 책도 있고, 내용만 대충 아는 것도 있고, 헨리조지와 뵐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다.
지금 거의 다 읽어가는데, 이 책과 이 책에 나오는 책들도 세상을 이해하는 힘을 얻을 수 있기에 아이들이 대학교에 갈 때 읽으라고 권장해야 하겠다.
서문에 따르면 '이제 대학에 들어가는 딸에게 주는 책'이라고 한다.
유시민은 참으로 뽀대 지대로 나는 아빠다.
대학간다고 집 사주고, 차 사주는 아빠는 많아도 책을 만들어 주는 아빠가 어디 흔할까?
지난 주 대학교 친구모임이 있었다.
그 친구중에 유시민과 같은 고등학교(대구 심인고등학교)를 나온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고등학교 입학식과 졸업식에 유시민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입학식때에는 "니네 선배중에 서울대 경제학과 수석으로 입학한 유시민이가 있다. 그 선배만 닮아라"라고,
졸업식때에는 "니네 선배중에 서울대갔다가 데모만 하는 선배가 있다. 제발 그 선배만 닮지 말아라"라고..
현재, 그 친구는 입학식 때의 교장훈시를 따르는 편이다.
2009. 12. 09 맑은날
언제부턴가 직장인들의 손에 들린 책의 대부분은 처세술에 대한 책이다.
감언이설하는 법, 남을 밟고 오르는 법, 돈 잘 버는 법, 투기 잘 하는 법, 상사에게 잘 보이는 법, 부하직원을 잘 부려먹는 법, 일 많이 시키고 욕 듣지 않는 법에 대한 책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책들의 가치를 논할 생각은 없고 읽어보지 않았기에 논한 자격도 없다.
다만,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책들이 직장 내에서 필독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조금 우울하다.
이러한 책들은 결국 근원적인 처방이 아닌 단방처방을 하는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 같은 책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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