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고 살짝 존경하는 인생선배 한 분이 계십니다.
언젠가 제 방에 캄보디아 여행기를 보내와서 연재한 적이 있었지요.
아이디는 "설익은 봄바람"이라고 하는 분이신데, (http://blog.daum.net/gookhee58)
대구에서 정비공장을 운영하시는데 요즘 경기가 영 말이 아니랍니다.
그러다 보니 차를 운전하지도 않고, 사고도 줄고, 일이 없으니 집에서 구박만 받으시고 계신가 봅니다.
그래서 하는 일이 일찍 퇴근하여 집안 청소를 하는데, 이를 유심히 지켜보시던 형수님이,
설익은 봄바람님의 청소정신을 어여삐 여겨 택배선물을 보내드렸는데, 뜯어보니 밀대청소세트였답니다.
그런 처절한 사연이 블로그에 실리자, 멀리 미국에 계신분이 따로 봄바람님을 위하여 기도를 드렸는데,
그 기도귀절이 하도 멋져서 소개함과 아울러 저 또한 기도문을 만들어 드리려고 몇 자 적었습니다.
레드팍스님의 기도문 (http://blog.daum.net/47redfox)
주여 올겨울은 유난히 춥게햐여 주시옵소서.
대구에 특히 눈이 많이오게 하여주시옵소서.
설람님 회사근처게 크고작은 빙판을 많이 맹글어 주시고
가능하면 인명사고 없이 3중추돌이 빈번히 일어나도록 해 주시옵소서.
그러나 폐차가 되도록 하지는 마시고, 많이 고쳐야만 되도록 하여주시옵소서.
설~람님이 청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그 한길 뿐임을 주여, 살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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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봄바람님을 위한 기도.
주여,
저기 멀리 떨어진 대구에서,
춥도 덥도 않은 어정쩡한 겨울에,
청소로 시큰거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우는 가련한 영혼이 있습니다.
엔진오일에 찌든 손등이 다시 주부습진의 공격을 받아 고름이 찔찔흐르는 더러운 손을 가진,
그러나 그 영혼만은 첫 양을 바치는 아벨의 순수함만큼이나 깨끗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렇듯 외모는 지저분하나, 네비게이션의 도움으로 길은 절대 잃지 않으며,
그 덩치와 머리는 골리앗처럼 웅대하나,
그의 머리 속은 천지창조 이전처럼 텅 비어 비할 데 없이 깨끗한 영혼이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고장난 로봇청소기의 일을 대신할 지언정,
그 마음은 언제나 열두천사의 호위를 받는 지복천년의 천국에 살고 있는 허황한 영혼이 있습니다.
주여,
바라옵건데
그의 지저분하고 추저분한 손이 고름 머금은 습진에서 벗어나고,
그의 시큰거리는 사지관절이 관절염에서 해방되고,
크디 큰 그의 머리에서 오로지 청소를 통한 마나님의 성은을 얻을 궁리만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이러한 주님의 은총은 로또를 통하여 이뤄지게 하지 마시옵고,
오로지 그의 부지런한 두 손과,
그의 걸음 빠른 두 발과,
그의 갸륵한 서비스 정신을 통하여 이뤄지게 하시옵소서.
지난 겨울 이후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닥친 불경기 여파로 움추러든 소비심리를 자극하시어,
참기름이라도 넣어서 차를 끌고 다니도록 격려하여 주시옵고,
참기름이 없으면 들기름이나 옥수수기름으로도 차를 움직이도록 기적을 보여주시옵소서.
모세를 통하여 보여주신 오병이어의 기적을 대구지역에도 보여주시어,
1리터의 기름으로 100킬로를 달리게 하여 기름값 아까워 운전하지 않는 놀부족도 운전을 하도록 하시옵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의 힘을 초보운전자들에서 내리시어,
면허증을 취득하자마자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초보운전자를 격려하여 주시고,
주부들이 운전대를 잡기만 하면 집안에서는 저절로 밥상이 차려질 수 있도록 하여
"밥이나 하라"를 말에 위축되는 주부가 없도록 하여 주소서.
모든 운전자들은 운전대에만 앉으면 핸드폰이 울려지게 하시고,
대구시내의 모든 신호등은 지 멋대로 작동하도록 하여 주시며,
길거리에 미니스커트 입은 아가씨를 무수히 배치하사, 남자 운전자들의 시선을 앗아가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이처럼 많은 사고가 나더라도 사람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여주시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란히 웃으며 차를 끌고 설익은 봄바람의 공장으로 찾아들게 하소서.
설람이 수리불가능한 외제차는 오로지 가해차량만 되게 하시고,
품 많이 들고 돈 안되는 경미한 사고보다는 폐차하지 않을 정도의 사고를 일으켜주시고,
따지고 덤비는 보험처리 사고보다는 현찰수리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오른쪽 쇼버가 내려앉은 차량에 대하여 왼쪽 쇼버를 갈더라도 따지지 않고 차를 끌고가는 무던한 차주,
점화플러그가 고장났지만 엔진 전체를 갈더라도 너끈히 웃으며 현찰로 팁까지 얹어주는 차주,
수리한 차를 끌고 나가다가 공장 문 앞에서 다시 퍼지더라도 하자 운운하지 않는 차주,
그 본체가 검은 승용차에 대하여 허연 문짝을 붙여도 웃으며 미적 감각이 있다며 친구까지 소개해주는 차주,
쏘나타 차량에 누비라 문짝을 붙이더라도 닫히기만 하면 만족하는 차주를 많이 많이 보내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떼돈을 벌더라도 때돈처럼 아낄 줄 알고,
그로 인한 모든 영광을 주님에게 있음을 아는 겸허한 지혜도 함께 내려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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