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범시민'을 봤다.

클라이드는 평범하고 가정적인 모범시민이다.

가족들과 다정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들에 의해

아내와 딸이 무참하게 강간살해를 당한다.

범인들은 곧 잡혔지만 담당검사는 사법거래로 그들을 풀어준다.

이에 분노한 클라이드는.........

.........

 

카타르시스가 짜릿한 영화다.

 

그런데.................

그는 모범시민이 아니었다.

만약 그가 모범시민이었다면,

재판정 맨 뒷자리에 쭈그리고 재판을 지켜보다가,

10년 형 밖에 주어지지 않는 판결에 고개를 떨구며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집에 가서 정신적 상처를 홀로 꽁꽁싸매면서,

목에 풀칠을 하기 위하여 생업을 계속 한다.

그리고 10년이 지날 무렵, 범인의 보복을 오히려 두려워하며

이사를 하거나 두리번 거리며 남은 여생을 살 것이다.

사법거래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거나

관련기관에 진정을 하거나,

인터넷에 글을 올리거나 하지 않고....

그렇게 세금 꼬박꼬박 잘 내고,

횡단보도 신호 잘 지키고,

투표는 꼭 하면서...

홀로 늙어갈 것이다.

그게 모범시민이다.

 

이런 영화가 어찌하여 시중에 상영되는지 의아했다.

 

2009. 12. 18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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