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여름 휴가였지요.
동해안 어느 외진 마을 오솔길을 큰 아들과 걷고 있었지요.
쓰러져가는 나무 울타리 사이로 크고도 화려한 꽃이 피어 있길래 다가가 보았습니다.
꽃대만 올라와 있고, 잎은 죽어서 말라 있었습니다.
싱싱한 꽃대와 꽃 그리고 죽은 잎............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지요.
그 꽃이 바로 상사화(相思花)였지요.
상사화는 봄에 선명한 녹색의 잎이 돋아납니다.
그리고 그 잎은 여름이 되면 시들어 죽고, 그 자리에서 싱싱한 꽃대가 자라서 고운 꽃을 활짝 피웁니다.
보통은 잎이 나고 연달아 꽃을 피거나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먼저 꽃을 피우고 잎이 뒤따라 나게되는데, 상사화는 그렇지 않은 거지요.
따라서 잎은 그 꽃을 볼 수 없고, 꽃은 또 그 잎을 볼 수가 없어 늘 서로를 그리원한다 붙여진 이름입니다.
고명한 스님이 세속의 여인을 그리워하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가 얽힌 꽃이기도 합니다.
제가 제목을 '영원한 사랑 '이라고 한 이유는 이들이 만날 수 없는,
그래서 완성될 수 없는 사랑을 하기에 그렇게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루어진 사랑은 언젠가는 스러지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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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 이해인 -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를
기다려 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 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 왔습니다.
죽어서라도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2007. 5. 17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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