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 아이들을 데리고 작은 산을 올랐습니다.
광명에 있는 구름산입니다.
산행거리는 왕복 5Km정도, 가벼운 산행입니다.
고구마 2알, 밀감 6알, 물 한통을 챙겨서 10시쯤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공짜가 좋아
들머리인 광명보건소 입구에는 단밤을 파는 노부부가 있습니다.
산행객들에게 이들 부부가 맛뵈기를 주지요.
이전에 지나칠 때마다 3알을 주면 하나씩 나눠먹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욱이가 단밤을 파는 수레를 확인하더니 들머리로 달려갑니다.
아마도 따로 떨어져서 얻으면 더 많이 얻으리라는 속셈인가 봅니다.
먼발치에서 보니까, 할머니가 주시는 뭔가를 받더니, 고개를 꾸벅하면서 인사를 합니다.
뒤따라가는 우리에게 할머니는 두 알을 주십니다.
결국 우리가 얻은 알밤은 세 알입니다. *^^*
함께가나 따로가나 똑 같습니다. ㅡ.ㅡ;
몇 번인가 사 먹은 적이 있어서인지 할머니는 우리 가족을 알아보는 듯 합니다.
다음에 올 때는 또 한번 팔아줘야 할 듯 싶습니다.
경욱이는 선두라야 힘이 나
산에 들어서서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르고, 두 녀석은 재잘거리고 장난치면서 따라 옵니다.
속보로 걸어도 두 녀석은 곧잘 따라옵니다.
1년 전에 비하여 산을 훨씬 잘 탑니다.
지난 1년 동안, 청계산도 오르고, 관악산도 오르고, 구름산도 두어번 올랐던 탓인가 봅니다.
10분쯤 가면 가리대 삼거리라고 쉼터가 있는데 그냥 지나쳐 오릅니다.
경욱이가 따라 오더니 앞질러 선두를 가면서 말을 합니다.
"아빠! 내가 맨 앞에 갈래."
"그래라."
"맨 앞에 가면 힘이 솟는데, 뒤로 쳐지면 힘들어 못 가겠어"
어제 경욱이는 줄곧 선두를 달렸습니다.
그 덕분에 5Km정도의 산길을 1시간 40분에 걸을 수 있었습니다.
혼혈은 머리가 좋다구?
정상에서 되돌아 오는 길에 잘 생긴 사람을 지나칩니다.
아무래도 혼혈같습니다.
혼혈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가, 경욱이가 한 마디 합니다.
"혼혈은 머리가 다 좋대.."
"그래? 그런데 너흰 왜 그런데?"
"머? 우리가 혼혈이야"
옆에 있던 윤석이가 거듭니다.
"맞어, 우린 인간족과 호빗족의 혼혈이야."
지네 엄마가 키 작다고 하는 소리입니다.
집에 가서 그런 소리하면 큰일난다고 미리 주의를 주었습니다.
*호빗 -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난장이 종족..ㅡ.ㅡ;
Don't worry, Be happy
산행을 하면서 핸드폰에 저장된 팝송을 켜 놓고 다녔습니다.
두 녀석은 어릴 적부터 팝송을 많이 들어서, 386세대들이 듣는 팝송은 거의 다 귀에 익습니다.
Bob Marley가 부르는 Don't worry, Be happy가 나오자 두 녀석은 따라 부릅니다.
"니들 이 노래 제목이 무슨 뜻인지 알지?"
윤석이가 대답을 합니다.
"돈 걱정하면 행복해질 수 없다'란 뜻이야."
"뭐???????"
윤석이가 해 주는 해석을 듣고나서 웃어버립니다.
이하는 윤석이의 번역입니다.
Don't worry, Be happy
(돈 worry, 비 happy)
(돈 걱정, 비(非) 행복)
(돈 걱정하면, 행복하지 않다)
한 수 배웠습니다.
그리고 또 길을 갑니다.
대장균 발출사건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약수터가 있습니다.
약수터에서 쉬면서 약수를 먹으러 가니,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면서 먹지 말라고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가지고 간 물을 먹으면서 쉬고 있는데, 마침 올라오던 산행객이 약수를 뜨러 갑니다.
그것을 본 경욱이가 경고를 줍니다.
"약수물 못먹는데......대장균이 발출되었다는데......"
"어, 그래...고마워..."
좀 있다가 윤석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합니다.
"야, 발출이 아니고 검출이야."
어휘력이 윤석이보다 상대적으로 딸리는 경욱이는 또 특유의 헷갈림으로 '검출'을 '발출'로 고쳤나 봅니다. 아마도 '발견'과 '검출'이 짬뽕되어서 발출이라고 했나 봅니다.
윤석이가 웃으면 경욱이는 위축됩니다.
그래서 제가 슬쩍 거듭니다.
"검출은 검사해보니 나왔다는 말이고, 발출(發出)은 발견해서 나왔다는 말이니까, 발출이라해도 되네."
"에이, 그런 게 어딨어?"
불쌍한 산행객?
약수터에서 쉬는데, 먼저 쉬면서 막걸리 먹던 오십대 세명이 있었습니다.
우리를 처뎌보더니, 초컬릿바를 세개 먹으라고 건넵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우리가 가지고 간 밀감을 세개 건넸습니다.
막걸리 한 잔 건네는 것을 마다했습니다.
산행이 끝나는 지점에 운동기구가 설치된 공원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통나무타기를 하고 노는사이,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었습니다.
바로 곁에는 하산길로 보이는 부부산행객 3팀이 닭발을 신나게 뜯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노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저를 부릅니다.
"여기 오셔서 술 한 잔 하세요."
"아휴. 감사합니다만 제가 운전을 해야 해서요..."
"아이 그래도 한잔만 하세요. 북한산 둘쭉술입니다."
몇번이나 사양했는데 자꾸 청해서 마지 못하고 가서 한 잔을 받아들고 감사의 인사를 건넵니다.
그런데, 곁에 있던 아주머니가 주방용 비닐장갑을 건네면서 닭발을 먹으라고 합니다.
겨우 사양하고 술 한잔만 들고 자리를 떴습니다.
집에 와서 각시에게 '산에 가니까, 자꾸 먹을 것을 건네더라'고 이야기를 하니 대답을 합니다.
"각시없는 홀애비같아보여서 그랬나보다."
".................."
머리 자르기
산행을 금방 마치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 식사후 샤워를 하고 이발하러 갈 계획이었는데, 현대와 삼성의 배구게임 중계방송을 보느라 순연됩니다.
중계방송을 마치고(현대가 아쉽게도 졌습니다. 참고로 현대 감독인 김호철감독은 둘째형과 이름이 같을 뿐만 아니라, 본관이 같으며, 다혈질적인 성격도 우리 형제들과 다분히 닮은 양반입니다. ^^)
머리를 자르러 가면 우리는 금방 눈에 띄는 고객입니다.
항상 셋이서 같이 가니까, "1타 3피" 당연히 관심끄는 손님이지요.
윤석이는 중학교 들어가서부터 머리를 기르는데 더럽기 짝이 없습니다.
머리를 기를려면 자주 감고, 깨끗이 감아야 하는데 별로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얼굴이 작으니까 더 더부룩 해보입니다.
지난 가을부터는 경욱이도 머리를 기른다길래 그냥 뒀더니 앞머리가 길어서 늘 고개를 짤짤 흔드는게 보기가 싫습니다.
먼저 두 녀석부터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완전히 자르긴 싫다고 해서 심하게 정리하는 선에서 마무리하였고, 저는 평소대로 잘랐습니다.
윤석이는 직접 감고, 경욱이는 제가 감겨 주었습니다.
나오기 전에 윤석이를 보니까, 머리를 덜 말려서 물기가 뚝뚝 떨어집니다.
감기 걸릴 것 같아서 다 말려주고 나왔습니다.
두 녀석이 다 잘 생겼다는 말을 듣고 허벌레 웃으며 나왔습니다. *^^*
엄마는 싼 파마를 해.
화요일이 각시 생일입니다.
경욱이가 미역국을 끓이겠다고 벼르길래, 이왕 하는 거 시간많은 어제 하기로 했습니다.
머리자르고 나서 두 녀석을 데리고 동네마트에 들렀습니다.
가는 길에 생일선물 이야기를 했습니다.
"니들 엄마 생일 선물 머 할 거야?"
"응, 파마 해주기로 했어?"
"얼마 전에 파마 했잖아?"
"그거 다 풀렸어. 엄마는 비싼 파마는 안해."
"ㅡ.ㅡ;"
마트에 가서 양지머리 국거리를 사서 돌아나오려는데, 경욱이가 속삭입니다.
"아빠!. 나물 무치게 고사리도 사고, 숙주도 사고 그래."
"응, 알았어..."
지네 아빠보다 훨씬 멋진 녀석입니다.
경욱이가 주는 돈으로 계산을 하고 나왔습니다.
뒤에서 두녀석은 1/n로 정산하고 있었습니다.
각시 생일상 차리기.
저녁준비를 합니다.
각시가 먼저 미역을 불려 놓았습니다.
쇠고기 미역국에 새송이버섯을 썰어 넣으면 더욱 맛납니다.
경욱이는 새송이 버섯을 썰고, 나는 그 틈에 고사리를 씻고, 콩나물을 다듬습니다.
큰 냄비에 참기름을 넣고 달아오르기를 기다렸다가 불려서 씻은 미역을 넣고 볶습니다.
볶는 것은 경욱이가 합니다.
그렇게 국을 끓여놓고, 나물은 각시가 볶습니다.
나는 감자 3개를 깍아서 채썰기를 합니다.
감자소금볶음을 하기 위해섭니다,
사실 채썰기는 각시보다 제가 훨씬 잘 합니다.
경욱이가 곁에서 감탄사를 늘어놓습니다.
식사가 다 되었습니다.
경욱이가 밥을 퍼고, 나는 국을 펍니다.
윤석이는 상을 차립니다.
평소 제자리인 상석에 각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저는 찍소리 못하고 먹습니다.
미역국, 흰쌀밥, 콩나물볶음, 고사리나물, 감자볶음, 생선 한 마리, 김치, 김....진수성찬입니다.
경욱이는 오곡밥을 못했다고 많이 아쉬워합니다.
설겆이는 윤석이가 했습니다.
케�은 화요일 저녁에 자르기로 했습니다.
2008. 1. 21 맑은날
< Don't worry, Be happy - Bob Marl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