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이 없이 매끈하고,
껍질은 붉고,
그 속은 누런색이며,
씨와 과육이 분리되고,
맛은 새콤한 복숭아가 있다.
시중에서는 이 복숭아를 "天挑복숭아"라고 팔고 사고 있다.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장에서도 이것을 천도복숭아라고 한다.
그러니까 결국 천도복숭아가 털없는 복숭아를 표현하는 말이 된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믿고 알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천도(天挑)는 그 이름대로 하늘에서 나는 신선이 먹는 복숭아이다.
하나만 먹으면 500년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진짜 시중에서 거래된다면 한 개에 수천억원에 거래될 수 있는 과일이다.
서유기에서 옥황상제가 제천대성 손오공에게 지키라고 시킨 반도원의 복숭아가 그것이다.
그리고 반도원의 천도복숭아는 털이 있다.
혹자는 과일모양도 애기모양으로 생겼다고 한다.

그러면 언제부터 반도원의 복숭아를 인간이, 그것도 염가로, 털도 다 뽑은 채로, 모양도 먹기 좋게 동그랗게 바꾸어서 씻을 필요도 없이 쉽게 먹게 되었을까?
살펴봐야지...
우리가 천도 복숭아라고 부르는 것의 정식 이름은 금도(金挑)이고, 민복숭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마도 그 속이 누런 금색이라고 금도라고 명명한 듯하다.
그 복숭아가 시중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것은 70년대 후반쯤일 것이다.
처음 나왔을 때 선풍적인 인기였다.
왜?
털이 없으니까....
털이 없다는 것만으로 다른 일반 복숭아와 엄청난 별종으로 보였다.
사실 복숭아 털은 먹기에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재배하고 수확하기에도 엄청 불편하다.
그렇게 불편했던 털이 말끔하게 없어진 복숭아가 시장에 나오니까, 최초에 사람들의 호기심과 인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상인들은 이렇게 엄청나게 차별화된 복숭아에 걸맞는 이름을 찾아서 포장박스에 적힌 "금도"란 이름을 무시하고 차별성을 극대화하여 어떤 상인이 "천도"란 이름을 붙여 팔게 되었고, 그 이름은 곧 전국화되었고, 너나 나나 모두 천도를 팔고 사고 먹게 된 것이다.

그게 천도복숭아의 유래이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머 이름 잘못 부른다고 탈날 것도 아니고,
금도복숭아 홍보요원도 아니고,
집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것도 아니고,
전금사련(전국금도복숭아사랑연합회) 회장도 아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름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그렇다는 것을 주절거린 것이다.

이왕 말 나온 김에 복숭아 이야기 좀 더 하자.

복숭아는 출하시기에 따라서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뉘는데,
조생종은 초여름에, 중생종은 7월하순에, 만생종은 8월 중순경부터 생산되는 것을 말한다.
당도는 햇살을 많이 받은 만생종이 당연 으뜸이고, 조생종은 단단한 과육에 새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조생종은 가끔 씨가 부셔진 것이 있는데, 이것은 꽃은 같이 피었는데, 서둘러 익으려다보니 씨앗이 과육 성장에 따라주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복숭아는 과육 색에 따라서 백도와 황도로 나눌 수 있다.
황도는 모두 만생종이다.
단맛의 으뜸이라면 황도가 최고인데, 과육에 즙이 많고 짓무르기 쉬워서 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복숭아의 번식은 복숭아 씨를 심어서 난 나뭇가지(이것을 돌복숭아라고 한다)에  접붙이기(눈접)를 하여 번식하는데, 한 나무에 가지마다 다른 품종의 눈을 붙이면 한쪽가지에는 금도, 다른 가지에는 황도, 또 다른 가지에는 백도 등을 수확할 수 있고, 욕심을 더 내자면, 한쪽가지에는 매실, 다른쪽가지에는 자두, 또 다른가지에는 후무사, 복숭아..이런 식으로 키울 수도 있으나, 미친놈이란 소리 듣기 십상이니 하지 말자.

그리고 맛있는 복숭아는 무엇인가?
일단 모든 과일은 굵을 수록 맛있다.(단, 밀감과 밤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양이 예뻐야 맛이 고르다. 즉, 좌우상하 대칭이 맛을수록 좋다는 말이다.
꼭지가 빠진 것이나 마른 것은 낙과이거나 수확한 지 오래된 것이라서 맛이 적다.
마지막으로 장마나 오랜 비가 내린 다음에는 일주일 정도 지난 다음에 사서 먹어야 한다.
끝으로 복숭아를 고를때,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보고 그러지 말자.
승질 더러운 장사치나 나처럼 복숭아를 좀 아는 장사치라면...복숭아로 뒤통수를 때릴 수도 있다.
딱딱한 금도나 조생종에 맞으면 그냥 아프고 말 일이지만, 황도에 맞으면..남들 보기에 더럽다.

그러면...가장 맛있는 복숭아는 무엇인가?
복숭아 수확이 끝난 복숭아 밭에 가보라.
그리고 넓은 밭을 돌아다니면서, 수확이 끝난 복숭아의 빈 나무 사이사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다녀라.
잎이 많은 경우 손수 잎을 헤집어 보라.
그러면, 철이 약간 지나고 쥔장의 눈을 피한 농익은 복숭아 몇 개는 딸 수 있다.
그게 지상에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天挑이다.

                                                                                            2008. 8. 5   맑은날.


 

                                           <금도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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