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신석정 뱀이 부시시 눈을 떠 보았다 -그러나 아직 겨울이었다

하도 땅 속이 훈훈해서 개구리도 뒷발을 쭈욱 펴 보았다 -그러나 봄은 아니었다

어디서 살얼음 풀린 물소리가 나서 나무움들도 살포시 밖을 내다 보았다 -그러나 머언 산엔 눈이 하얗다 핸 멀찌막이 <驚蟄>을 세워 놓고 이렇게 따뜻하게 비췰 건 뭐람? -그러나 봄 머금은 햇볕이어서 좋다 미치고 싶도록 햇볕이 다냥해서 나도 발을 쭈욱 펴고 눈을 떠 본다 -그러나 <立春>은 카렌다 속에 숨어 하품을 하고 있었다 *******************************************


다냥이란 말은 다량(多量)이란 말일게다. 햇볕이 많아진 것은 아니지만 많이 따스한 입춘이다. 뱀이 실눈을 뜨고, 개구리가 다리를 옴지락거일만 한 날씨다. 출근길에 까 먹은 일이 있어 집에 전화를 했다. 설 밑에 장인어른이 오시는 길에 놓고 가신 친구분이 적었다는 입춘대길 편액을 현관에 붙이라....

두터운 외투를 벗고 트렌치코트로 바꿔 입었더니 가뿐하긴 하다. 약간은 허전한데, 추운 느낌은 없다. 길하고 경사로운 일이 많은 봄을 보냈으면 좋겠다.




댓돌에 놓인 신발에

입춘의 햇볕이 내려 앉는다. 

하얀 고무신은 금새라도 봄나들이

갈 듯이 고개를 내밀어

걸음을 서두르고,


아직은 겨울인 털신은

뒤돌아 서서

밖을 쳐다보지 않는다.


안을 보고 있으나 

밖을 보고 있으나

봄은 온다.


2009. 1. 31. 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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