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나오는 거 보니, 벌써 봄을 기다리는 계절인가보다.
유독 추웠던 겨울이었다.
경제난으로 추웠고,
철거민들이 6명이나 죽는 참사로 추웠고,
농성하는 그들에게 찬물을 뿌려대는 뉴스를 보고 더 추웠다.
연이어 터져나온 7명을 살인한 살인마 소식에 한껏 추웠다.
아직 겨울의 한가운데인데 벌써 봄을 타령할 정도로 추운 겨울이었다.
춘래불사춘이라니, 이런 말은 어떠한가?
유안불능시(有眼不能視)
또 인터넷 검색하지 마시라. 그냥 지어낸 말이다.
눈은 있으되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란 말이다.
누가 청맹과니인가?
이 사회가, 이 나라 국민들이 그렇단 말이다.
보려고도 하지 않고,
보여주어도 못보고,
보아도 모른척 한단 말이다.
지난 달 말에 연쇄살인범이 검거되었다.
추궁을 해보니 현재까지 무려 7명의 여성을 목졸라 살해한 놈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똥물에 튀겨 죽일 놈인 셈이다.
신문에, 방송에, 인터넷에 공개된 얼굴을 보니, 해사한 얼굴이다.
즉 온 나라가 환장하는 '얼짱' 근처에 있어 보이는 놈이다.
처음에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더니 "연쇄살인범의 얼굴을 왜 보호하냐는 여론"이 뜨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은 그놈의 얼굴을 공개하고 온 나라 국민이 알아보게 되었다.
그 놈의 얼굴은 누구나 어느정도는 궁금하긴 하지.
그런데 말이다.
그 녀석의 얼굴이 그렇게 궁금했어?
그 녀석의 얼굴을 봐서 뭐하게?
너 보다 잘 생겼는지 비교해보게?
그거 한번이라도 생각했어?
그 녀석의 자식들...
그 녀석의 아이들도 친구가 있을테고, 그 친구들중 몇은 그 녀석의 얼굴을 알 거 아니야.
그러면 그 녀석의 아이들은 어쩌라고?
연쇄살인범이자 사이코패스의 아들로 낙인찍혀서 이 사회(社會)에서 살아갈 수 있겠어?
연쇄살인범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당하냐고?
연쇄살인범에 대한 논란은 사형제도 존폐문제로 옮겨갔다.
듣자니 김대중정부때부터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그간 흉악범들이 그냥 교도소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하여 긴 말 할 실력도 논거도 없다.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논거중 하나인 "엄벌에 의한 범죄예방적 기능"이라고 한다.
그런데 연쇄살인범과 같은 계획된 살인자는 '자신의 죽음'을 초개같이 여긴다고 한다.
그들이 겁내는 것은 '검거'되어 '자유의 상실'이지, 그 이후 사형같은 문제는 고려대상도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우발적인 살인은 사형까지 받지 않겠지마는, 그 '우발성'으로 인하여 형벌과 형량에 대한
고려는 아예 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리르는 것이다.
따라서 사형제도가 범죄예방적 기능을 가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범죄예방의 기능은 철저한 과학수사로 모든 범죄는 잡힌다는 홍보와,
삼류 깡패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번에 잡힌 연쇄살인범 개인의 사형여부는 솔직히 관심없고,
발표된 뉴스가 사실이라면 살려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형제도 존폐문제는 이번 연쇄살인범에 대한 일회적인 문제가 아니다.
모든 목숨은 한번 죽이면 다시 살릴 수는 없다.
사형제도 또한 합법적인 살인일 뿐이다.
그리고 이번에 사형제 부활의 주장이 유족들에 의한 것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일반인들이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살인에의 욕구표현과 다름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 놈을 무기형 살린다고 세금 축나는 것이 아깝다는 논리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미친 녀석이 7명을 죽인 것이,
공권력 집행과정에서 6명이 죽은 용산사건을 덮어버렸다.
외나무다리에 서 있는 어린아이를 때리려고 깡패가 뛰어갔다.
어린아이가 도망가다가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어린아이가 죽은 원인은 "실족사"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법의 수준이다.
실족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던 판사 한분이 어제 사표를 썼단다.
미친녀석이 살인을 저지른 것과, 멀쩡한 놈들이 살인을 저지른 것...
누가 더 비난을 받아야 하나?
이 나라가, 이 사회가 청맹과니이다.
2009. 2. 3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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