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갑자기 억수같은 비가 쏟아집니다.
그러다 금새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말짱해집니다.
더위가 살짝 식은 놀이공원으로 나갔습니다.
폭우에 말갛게 씻긴 아파트 단지 안은 티없이 깨끗해서 보기가 참 좋았고 길거리도 비에 씻겨 깔끔합니다.
빈 벤치도 물을 흠뻑 머금은 채 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는 동화속 나라처럼 신비롭게 보입니다.
하릴없이 놀이터를 한 바퀴 돌고 오는 길에 비에 젖은 채 떨어진 밤송이가 보입니다.
늦은 봄에 온 동네에 화사한 향기를 뿜으며 열매를 맺었는데, 자양분을 섭취하는 먹이경쟁에서 졌나 봅니다.
자연은 이렇게도 엄정스레 냉혹하고 그래서 엄숙함을 느끼게 합니다.
도태된 밤송이를 보면서 며칠 전에 잠깐 나왔던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경기도 가평에서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레스토랑에서 월 8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억척스레 살아내던 19세의 젊은 아가씨가 한강에서 생활고를 비관하여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이 있었지요.
그 뉴스는 한나절이 가기 전에 뉴스에서 사라지고, 그 뉴스자리에는 연예인들의 가십이 곧 차지하더군요.
엄정한 우주질서에서 보면 그 아가씨도 밤송이처럼 자연도태된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 아가씨가 일했던 레스토랑의 손님 중에는 하루 용돈이 80만원이었던 사람이 많았을터이지요.
그 아가씨가 그리 힘들었던 것은 개인적 능력 탓도 아닐 터인데....
한 하늘아래에 사는 사람의 처지가 이렇게도 차이가 있다는 것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그리고 이러한 불평등이 개선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한다면 사람은 과연 지구에서 웃으며 살 가치를 가진 존재인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2010. 8. 7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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