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를 볼 때는 눈, 코, 입, 귀, 얼굴윤곽 등을 주로 보며, 이러한 얼굴 구성요소는 또 개별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눈은 크고 맑아야 하고, 코는 오똑하면서 콧날이 서 있어야 하고.................

그런데 눈이나 코, 입들은 일반적인 기준에 맞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나치지 않아야 하고 균형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외모를 평가할 때에 이마도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의 하나입니다.

이마가 좁으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하게 느껴지고, 또 속이 좁아보이거나 성깔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넓고 반듯한 이마도 외모를 평가할 때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저로 말하자면 이마가 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시원스레 넓은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노무현 주름살이 있다보니 별로 잘난 이마가 못됩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넓은 이마를 가진 사람이 둘씩이나 있습니다.

아내와 막내 경욱이가 그렇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입니다.

토요일 퇴근하여 방에 들어가니 두발이 하나도 없는 외계인 한 명이 잠을 자고 있지 않겠습니까.

깜짝 놀라서 다시 보니 아내가 머리를 묶고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내와 경욱이는 똑바로 누워있는 모습을 위에서 바라보면 머리가 전혀 안보입니다.


저는 아내의 넓직한 이마에 대하여 화장품값이 많이 들거나 세안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을 빼고는 좋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점은 머리를 빨리 감을 수 있고, 무스 값이 적게드는 것으로 보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지나치게 넓은 이마가 콤플렉스인지 항상 약간 가리고 다닙니다.



경욱이 이마도 장난이 아닙니다.

경욱이의 이마 꼭대기는 얼굴에 비하여 깨끗하지 못한 편입니다.

그 이유는 팔이 짧아서 세안을 할 때는 이마 윗부분은 씻지 못하는데, 머리를 감을 때나 되어야 이마

꼭대기를 씻게 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지난 주말은 아이들 머리를 깎으러 미장원에 갔습니다.

6년간 단골로 다니는 미장원인데 미용사들이 젊고 이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얼굴이 익어서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그곳에는 윤석이 머리를 전담하는 '달려라 하니'와 경욱이 머리를 전담하는 아가씨인 '디스크'가 있습니다.

'달려라 하니'는 머리스타일이 하니를 닮아서 붙인 별명인데, 볼록 나온 윤석이의 양쪽 옆머리를 감안하여 깎아 줍니다.
'
디스크'는 날마다 허리가 아프다고 푸념하여 붙인 별명인데, 경욱이의 이마를 감안하여 깎아 줍니다.

경욱이는 넓은 이마 때문에 그냥 머리카락만으로가늠하여 자르면 앞머리가 너무 짧아져서 이상하게 되기 쉽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디스크'는 디스크로 인한 탓인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로 온 신참에게 머리를 잘랐는데, 저는 주의사항을 일러주지 않고 그냥 책만 보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책을 보고 있는데 경욱이 머리를 자른 아가씨가 경욱이 머리가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표정이 영 심상찮았습니다.

가 보니 앞머리가 눈썹위로 한참이나 올라간 게 영 이상해 보였습니다.

"집으로"란 영화에 보면 외할머니가 꼬마가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영화 속의 솥뚜껑 머리와

너무 흡사한 것이었습니다.

화가 나기보다 웃음부터 터져나오는데, 경욱이 표정이 영 심상치 않아서 꾹 참고 있었습니다.

그때 머리를 먼저 자른 윤석이가 와서 보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웃어버립니다.

급기야 저도 고개를 돌리고 웃어버렸습니다.

경욱이는 울음을 참느라 얼굴이 벌개져서 머리를 감으러 가고 윤석이와 저는 한참동안 웃었습니다.


계산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동안 경욱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구었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머리 잘 잘랐냐면서 경욱이를 보더니 웃음을 터뜨리면서 한 마디를 덧붙이는 바람에

경욱이는 소리를 내며 울어버렸습니다.



"어이~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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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데 느티나무의 노란 단풍이 만추를 알리고 있습니다.

지난 봄과 여름동안 나무를 타고 올랐던 물기는 땅으로 내려가고, 그나마 남아있던 수분은 낙엽과 함께

땅으로 돌아갑니다.


내일은 회사에서 관악산 등반을 합니다.

오랜 만에 타는 산이라 걱정이 됩니다.

관악산이 서울시내에 있기는 해도 '岳'자가 들어가는 산이라 가파른 편이거든요.

팀장이라서 게르음 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걱정입니다.

10월이 끝입니다.

감기조심하세요.


2003. 10. 31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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