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길을 함부로 걷지 마라.
“네가 걷는 그 발자국을 따라 수 많은 이들이 따라 걸을 것이다.“

김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랍니다.


막내 동생은 6남매 중 유일한 홍일점입니다.

저랑은 나이가 무려 11살이나 차이가 나지요.

워낙 나이 차이가 많다보니, 그 동생도 저를 대하면 좀 어려운가 봅니다.

교대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지요.

그 여동생이 처음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발령이 날 즈음 김구선생님의 위 말씀을 해준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생은 순백의 눈이고, 선생님은 그 눈에 처음으로 길을 만들어주는 이라는 뜻이었지요.



가장 중요한 스승님은 초등학교 선생님이고, 그 중에서도 저학년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아이들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지요.

초등학교 저학년때 한번 배운 노리는 그 박자가 틀리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항상 늘 처음 배운 그 박자가 더 그를듯하게 들린답니다.


그래서 윤석이와 경욱이가 학교 들어갈 때와 학년이 바뀔 무렵이면 기도하는 맘으로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적어도 12년간은 생활해야할 제도권 학원생활에서의 흥미여부는 초등학교 저학년때 결정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바램이 이기적이라서인지, 아니면 욕심이 많아서인지 늘 못마땅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지금 윤석이와 경욱이의 선생님은 더욱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선생님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참고 지내야 하지만, 맘 속으로 불만스러움은 가시지 않습니다.



한 달 전에 학교를 마치고 온 경욱이가 운 적이 한번 있습니다.

아내가 물어보니 경욱이 선생님이 뺨을 때렸다고 합니다.

급식시간에 떠들었다고 친구 한 명과 함께 불려나가서 뺨을 한 대 씩 맞은 것입니다.

한 동안 고민하던 아내가 전화를 하니, 선생님은 “아이 등을 때릴려고 하다가 아이가 피하면서

실수로 뺨을 맞았다”고 둘러대더랍니다.

어설픈 핑계에 다시 실망을 했습니다.

찾아가서 한 소리 하려다 아이 생각해서 그만 두었습니다.




어제는 윤석이가 쪽지시험을 보았는데 두 문제가 틀렸습니다.

그런데 시험지를 보니 훌륭한 정답이었는데, 틀린 것으로 채점한 것이었습니다.


달과 지구가 함께 보이는 사진인데, 달은 큼지막하게 보이고 지구는 달처럼 작게 보이도록

찍은 사진을 제시하면서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적어라고 하는 문제에 윤석이는

“달 가까이에 있는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답을 적었는데, 선생님이 말씀하는 정답은

“달에서 찍은 지구사진”이라고 하였답니다.



또 한 문제는 걸어다니면서 언제든지 서로에게 연락할 수 있는 기구는 무엇인가란 문제였는데,

윤석이는 “모바일폰”이라고 적었는데 정답은 “핸드폰이나 휴대전화”라고 채점했다고 합니다.


내일 윤석이에게 핸드폰은 콩글리시이며 휴대전화기를 영어로 “모바일폰” 또는 “셀룰러폰”이라고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 웹화면을 인쇄해서 보여드리고, 카메라를 들고가서

“선생님께서 선생님 얼굴이 나오도록 하면서 저를 좀 찍어 주세요”

라고 부탁하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임에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 봅니다.

아이들이 가진 깨끗한 도화지에 잘 지워지지 않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어찌 그리 가벼운 일일 수 있을까요?

나중에 우리 아이가 크면 지금의 담임선생님을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하게 될까요?

잘못된 지식을 갖는 것은 무지보다 더 위험한 일입니다.

~~~~~~~~~~~~~~~~~~~~~~~~~~~~~~~~~~~~~~

어제 밤에 윤석이에게 틀린 것 없다고 격려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짜식이 그냥 남들처럼 핸드폰이라고 적지......”


2003. 11. 25 맑은날




'두 아들의 아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한 권 읽어보시죠?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0) 2003.12.26
불혹을 바라보며  (0) 2003.12.18
어이~ 집으로! <단풍>  (0) 2003.10.31
주먹에 대하여 <가을날 오후>  (0) 2003.10.20
제보전화  (0) 2003.09.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