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발렌타인데이"이다.
발렌타인데이란 말을 첨으로 들은 것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며 물론 그전부터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골깡촌에서 공부한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발렌타인데이가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된 것도 꽤나 오래되었다.
옛 로마시대 때, 발렌타인이란 기독교 성직자가 있었는데, 그는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칙령에 의하여 결혼이 금지된 군인을 허락없이 결혼을 시켜준 죄로 2월 14일 처형을 당한다.
그리고 후일 발렌타인은 순교자로 추서되고 그가 죽은 2월 14일은 「聖 발렌타인 축제일」된다.
이러한 성인의 순교일을 일본 어느 백화점에서 특유의 상술을 부려서 언제부터인가 여자가 남자에게 초코렛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만들었고,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후끈 잘 달아오르는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젊은 연인들의 최대 명절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화이트데이니 블랙데이니 하는 날까지 개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이렇게 성 발렌타인 축제의 기원을 살펴보면 크리스마스나 석가탄신일과 같이 성인을 기리는 축제이며 사랑을 고백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기념일인 것이다.
다만 결혼이 사랑을 보호하는 것으로 본다면 발렌타인이 로마병사의 사랑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를 하다가 순교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사랑의 보호라는 명제를 발렌타인 축제에서 유추해 낼 수 있으나, 아무래도 결혼이 사랑의 보호라고 보기엔 좀 그렇고 양보해도 사랑의 보호와 사랑의 고백은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하다.
발렌타인데이가 원래부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었는지, 그것이 일본인의 상술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이제와서 별로 논쟁할 거리가 못된다.
발렌타인데이가 여성이 남성에게 쵸콜렛을 선물하는 것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되어 있다는 것은 이 나라의 엄연한 현실일 뿐만 아니라, 지난 수 십년간 지속되어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사회현상의 하나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전통적인 유교관념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상대적 관계에서 나오는 성이나 사랑에 관한 한 사회적으로 공유될 것이 아니었고, 이것이 여자인 경우엔 한층 현저하다.
따라서 최근까지도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프로포즈하는 것은 대단히 특별한 일로 비춰지고 여성으로서는 엔간한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될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뜻한 사랑을 쵸콜렛 선물이라는 가벼운 행위로 대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매혹적인 문화일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전통적인 사회관습과 이를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는 계기의 제공이란 면에서 발렌타인데이라는 국적 불명과 출처불명의 기념일이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으로 번지고 젊은이들의 명절로 자리잡게 된 원인일 것이다.
결국 우리네의 관습에 비추어 볼 때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결코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를 지나칠 정도로 상술에 이용하는 것이나 이러한 상술에 놀아나서 몇 만원씩 하는 쵸콜렛을 선물해야하는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되는 것만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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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사무살 앞에 꽃꽂이가 놓였습니다.
노오랗고 연약한 꽃이 나뭇잎이 나기 전의 앙상한 겨울가지에 피어있었습니다.
봄을 알리는 전령 중 가장 빠른 산수유꽃이었지요.
이른 봄에 꽃을 피웠다가 늦은 가을이 되면 다시 낙엽진 나무에 빨간 산수유 열매가 빼곡히l 남지요.
이렇게 산수유는 꽃과 열매의 모양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한약재로서도 널리 쓰여서 산수유가 빠져서는 안 될 탕약재의 종류만도 십여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2001. 2. 14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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