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는 잠자리에 먼저 누워서 애들을 모두 불렀습니다.
혼자 잠을 청하려니 심심하기도 하였지만 빨래정리와 와이셔츠 다리는 아내를 편하게 해주기 위한 이유도 있었지요.
오른쪽에 큰 놈을 왼쪽에 작은 놈을 눕히고 각각 팔 베게를 해 주고 이불 하나로 같이 덮습니다.
원래 큰 놈은 잠잘 때 제 옆에는 잘 오지 않습니다.
더위를 워낙 많이 타는 놈인데다 제 몸이 무척이나 뜨거운 편이거든요.
그래서 큰 놈은 저를 '보일러'라 하면서 가까이 오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놈이 어제 밤에는 날씨도 쌀쌀하고 몸도 안 좋은 탓인지 옆에 누운 것입니다.
"아빠! 옛날 이야기 해줘"
"어떤 이야기를 할까?"
"무서운 이야기 해줘"
큰 놈이 옛날 이야기를 해 달라고하면 좀 난감해집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책을 좀 좋아해서 어지간한 명작동화나 전래동화 등은 다 읽었지만, 이제는 신데렐라가 울고 있는데 두꺼비가 나타난다는 식으로 콩쥐팥쥐 이야기와 뒤범벅될 정도로 기억력도 가물가물하고 또 큰놈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어지간한 동화책은 다 읽은 탓이지요.
그래서 대부분은 제가 창작(?)해서 이야길 하곤 합니다.
아직은 어린 탓인지 줄거리가 좀 엉성해도 무척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어제도 여러 이야기를 표절한 창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어떤 깊은 산속에 언니와 동생 둘만 살고 있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언니가 일어나 보니 동생의 입에 피같은 게 약간 묻어 있는 걸 발견했단다.
그런데 그날 언니는 산 속에 갔다가 무덤이 파헤쳐진 걸 보았단다.'
이쯤 얘기하면 대충 어떤 이야기인 큰놈은 짐작을 하고, 둘째 놈은 그저 무덤이나 피 같은 단어에 겁이 나서 찰싹 달라 붙습니다.
'며칠 째 계속 무덤이 헤쳐지고 밤마다 동생이 어디를 다녀오는 것이 계속되자 언니는 동생이 뭐하는지 따라가보려고 했단다.
그래서 하루는 잠을 안자고 기다리니까 밤 열두시가 되자 동생이 어디론가 나가는 것을 뒤따라 갔단다.
그런데 앞서가던 동생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었어.'
그러자 큰 놈이 불쑥 끼어듭니다.
"아빠 ! 동생이 '순간이동'을 했어?"
"그게 아니라 걸음이 빨라서 그랬을 거야"
김이 좀 샜지만 다시 분위기를 잡아봅니다.
'그래서 다음날은 동생 몰래 동생이 어디를 가는지 확인하려고........'
'실을 동생 옷에 매어둔다'는 이야기를 할려니까 큰 놈이 또 끼어듭니다
"그래서 무덤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했어?"
"................. 임마! 옛날 이야기라니까...."
아빠 노릇 참 힘듭니다.
옛날 이야기에 무인카메라까지 등장해야 할 세상이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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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입니다.
보통은 들국화라고 하지요.
자라는 환경과 기후에 따라서 들국화의 종류는 무진장 많습니다.
들국화를 자세히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꽃잎들이 꽃송이 주위를 빙 돌아가면서 빼곡히 들어차 있지요.
그런데 사실은 이러한 꽃잎 하나하나가 모두 꽃송이랍니다.
그러니까 꽃송이가 수십개 모여서 하나의 꽃송이모양을 하고 있는 꼴이지요.
이런 꽃을 두상화라고 하며 해바라기나 코스모스, 민들레도 여기에 속합니다.
초가을 해 뜨기 전 이슬 머금은 들국화나, 늦가을 오후 지는 석양에 햇살을 비껴받은 들국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겨워지고 그리워지는 풍경입니다
2000. 10. 6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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