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바위 보
어제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주제는 가위 바위 보 얘깁니다.
큰 놈은 "가위 바위 보"나 "묵 찌 빠"를 곧 잘 하는데, 아직도 작은 놈은 가위 바위 보를 할 줄은 아는데, 막상 하라면 처음 낸 한가지만 계속 내곤 합니다.
두 놈이 서로 다툴 때 곧잘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라고 시키는데 첫판에서 비기면 두번째 판에서는 무조건 큰 놈이 이깁니다.
큰놈은 작은 놈이 둘째 판에서도 같은 걸 낸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첫판이 비기면 둘째 귀에 무어라 속삭여서 작전을 가르켜 주는 것 같이 흉내를 내곤 합니다.
그러면 큰놈은 다시 머리를 굴려서 다른 걸 내기 때문에 승률이 비슷해 지곤 합니다.
가위 바위 보 얘기를 하다가 큰놈이 이런 의문을 제시합니다.
"큰 돌로 보자기를 세게 치면 보자기가 뜷어질거야"
"맞아! 그리고 뾰족한 가위로 돌을 쪼으면 돌이 부셔질거야"
"그래 아빠. 그리고 보자기로 가위를 꽁꽁 묶으면 가위가 꼼짝을 못하지"
"그렇구나! 그럼 가위는 바위를 이기고 바위는 보를 이기고 보는 가위를 이기네?"
"그럼 아빠 우리 이렇게 가위 바위 보를 할까?"
우리는 이상한 룰을 가진 가위 바위 보 놀이를 잠시 하면서 깔깔 웃습니다.
"아빠! 우리 이걸 '엉뚱한 가위바위 보'라고 하자"
하면서 이름을 척 가져다 붙입니다.
이런 '엉뚱한 가위 바위 보'를 잠시 하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습니다.
한참을 지나서 큰놈이 질문을 합니다.
"아빠! 바위는 가위를 이기지?"
"당연하지"
"그리고 가위는 보를 이기지?"
"그래"
"그런데 바위는 왜 보한테 지는거야?"
"?????"
듣고보니 참 이상합니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룰이지요.
1등이 2등을 이기고 2등이 3등을 이기면 1등이 3등한테 이기는 게 당연한데 왜 1등이 3등한테 진다고 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질문이었습니다.
그게 "가위 바위 보"의 정해진 규칙이라고 설명이야 하겠지만 그거야 설명이지 이해시키는 것은 아니지요.
한참이나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학교 성적이나 달리기와 같이 1등이나 2등으로 순서를 정하는 것은 1등이 성적이나 빠르기에서 최고 잘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3등이나 4등 하는 사람이 착하기나 심부름 잘하기 등은 1등 보다 더 잘할 수도 있지. 이렇게 한가지 순서를 정하는 기준을 만들면 순서에 따라 한줄로 순서가 정해질 수 있지만 각자의 다른 특징을 비교하면 서로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다 있단다. 윤석이 너도 공부는 경욱이보다 잘하지만 경욱이보다 꾸물대지. 그러니까 경욱이는 안꾸물거리기에선 네 보다 잘하는 거야. '가위 바위 보'도 무겁기로만 따지면 바위가 제일 무겁고 보가 제일 가벼워지고 값이 비싸기로 따지면 가위가 제일 비싸고 바위가 제일 싸지. 그런데 '가위 바위 보' 는 모두 각자의 장단점을 비교해서 정한 거라서 바위가 가위에 이기고 가위가 보에 이기지만 바위는 보에 질 수가 있는 거야"
한참을 듣던 큰놈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래도 이상해"
제 설명도 너무 어렵기도 했거니와 큰놈도 어느새 한가지만을 보고 그것에 의한 우열을 정하는 이 시대의 우열비교방법에 익숙해졌나 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렇게 한가지만에 의하여 우열이 정해지곤 합니다.
대부분 학력이나 돈이 그 기준이 되고 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물론 이런 기준이 요즘만의 것은 아니지만 요즘들어 더욱 심해지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한 개인이 가진 이런 기준은 좀처럼 바뀌지가 않는다는 것이지요.
언젠가 큰 놈이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빠 오늘 친구네 놀러 갔는데 집이 참 넓어서 좋더라"
"그래? 넓어서 놀기가 좋지?
"응"
"그런데 집이 넓으면 엄마가 청소하기가 힘들고 전기세도 많이 들거구, 또 가족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일도 많단다. 그래서 넓은 게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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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다시 글을 올립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기 같은 글을 가끔 올릴겁니다.
올리는 시기는 정하지 않고 제가 쓰고 싶을 때에만 올리기로 했습니다.
저번에 글을 그만둔다고 한 가장 큰 이유는 글을 시기에 맞춰 올린다는 부담감이 가장 컸고 그런 구속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제가 기억하는 제 자신의 일들이나 생각을 기록해 두고 싶은 생각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면 '네가 어릴 때는 이런 일이 있었단다'라면서 보여주고 싶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혹시 독자님들이 글을 올리시더라도 일일이 답을 해 드릴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 점 이해해 주시길......
가을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 서울의 하늘은 너무 맑고 투명하네요.
눈이 시리단 표현을 많이 들었지만 지금 창밖의 하늘을 보니 진짜 눈이 시리네요^^
좋은 가을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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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입니다.
으악새라고도 부르고, 산자락이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지요.
가을에 바람에 날리어 한쪽으로 쓰러지는 하얀 억새풀을 보면 가을의 서정이 한껏 피어나지요.
어떤 이들은 이것을 '갈대'라고 하는 분들도 있으나 갈대는 바닷가나 강가 등 습지에 살고 키도 억새보다 큽니다.
억새풀도 자세히 보면 첨에 꽃대가 올라올 때 붉은 색을 띠는 것과 흰 색을 띄는 것이 있구요, 나중에 꽃이 다 피고나면 모두 하얗게 변합니다.
소들이 억새풀을 참 좋아하지요.
2000. 9. 29 맑은날 ksg4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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