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rosia
요즘 이 말이 자주 들린다.
우리말로 표기는 『암브로지아』
뜻과 발음이 궁금하여 사전을 찾아봤다.
1.【그리스신화】 신들의 음식, 신찬(神饌)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함》
2.《문어》 맛이나 냄새가 매우 좋은 음식
3. (오렌지·코코넛 등으로 만든) 디저트
신들의 음식이고 늙지도 죽지도 않는 음식이라니 대단한 음식인가보다.
대충 풀이하자면 ‘맛난 음식’이나 ‘웰빙음식’을 뜻하는 말이 되겠다.
이 말과 더불어 ‘맛집’이란 말도 유독 많이 보인다.
인터넷에서도 보이고..엔간한 음식점에 보면 모두 입구에 적어놓은 말이다.
공중파 3개 방송사에 나왔다느니, 신문에 나온 거라는 둥 심지어는 ‘CNN에 나올 예정’이라는 집도 있었다. 그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일부는 사실일 것이고, 일부는 과장일테고 또 일부는 거짓일 것이나, 그들의 맛은 다 거기서 거기이다.
어쨌든 요즘 들어서 그만큼 사람들이 몸에 좋고 맛있는 것을 많이 찾는다는 말일 수 있고, 또 음심점간 경쟁이 치열하단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손님이 드글거리는 맛집이란 데를 어렵사리 찾아가보면 ‘무난한 음식’을 먹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제일 좋은 음식의 조건은 좋은 재료로 정성을 쏟아서 만들고 맛이 좋으며 건강에도 좋고 비싸지 않은 음식일 것이나 그중에 제일 중요한 조건은 역시 ‘맛’이다.
여러 조건 중 ‘맛’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조건은 객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따라서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맛은 그렇지가 못하다. ‘맛’이란 게 개인적인 미각을 충족시킨다는 것인데, 그놈의 미각의 기준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출생지, 연령, 자라온 환경, 성별, 계절, 날씨, 동석한 사람 등이 모두 ‘맛’에 영향을 끼치며, 그중 출생지는 한 개인의 고유한 입맛에 가장 큰 영향을 평생에 걸쳐 미친다.
특히 고향이 대도시가 아닌 지방의 작은 읍이나 면 단위 출신인 사람은 고유한 미각 기준이 형성되는 어린 시절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의 입맛에 가장 최상인 음식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동일한 이유로 모든 사람이 즐겨 찾는 음식은 한 개인에 있어서는 최상의 맛을 가져다 주기는 쉽지 않다.
영리를 목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손님을 끈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다.
지방색이 가장 도드라진 음식으로는 ‘추어탕’을 꼽는다.
그 주방장의 출신지에 따라서 원주 추어탕이니 설악 추어탕이니 전주추어탕이니 구분이 되고, 걸러서 만들기도 하고 갈아서 만들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노라면 이런저런 이유로 추어탕 먹으러 자주 가는데, 어디에 가서도 맛있는 집을 하나도 찾지 못했고 그냥저냥 먹을 만 했다. 왜냐하면 초피가루가 듬뿍 들어가고 국물을 넉넉하게 잡아 끓인 “청도식 추어탕”을 하는 곳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고향의 같은 입맛을 가진 친구가 추어탕 집을 낸다고 해도 “진짜 청도식 추어탕”으로는 승부를 보지 못할 것이고 결국 초피를 적게 넣고 국물을 적게 잡아서 보편적으로 충족 가능한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그냥저냥 먹을 만한 음식일 뿐, 내 입맛에 쏙 맞는 음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외식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고, 적게 하는 편도 아니다.
그냥 남들 하듯이 주말이면 한두 번 정도는 한다.
그런데 우리 집 외식은 거창하게 맛난 것을 찾기보다는 아내의 수고를 덜어준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중앙도서관에서 가족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이 경우 만이천원이면 한 끼 해결이다. ^^), 집 가까이에 있는 칼국숫집(멸치국물을 우린 집인데 입맛에 딱이다. 쩝~)을 가고, 때때로 차를 타고 나가기도 한다.
차를 타고 갈 때에는 인천 밴댕이 회, 여의도 스파게티, 부천이나 여의도의 설렁탕, 부천의 갈비를 먹는다. 이런 외식 나들이에서 아내를 제외하고는 온 가족이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다. 입맛이 까다로워서 그렇다기보다는 모두 아내가 해주는 밥이 최고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먹고 싶은 것들이 더러 있다.
그저께 아내와 함께 재래시장을 들렀다.
시장을 한 바퀴 돌다가 부추전이 눈에 팍 띄었다.
부추,밀가루,풋고추로만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밀가루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유독 눈에 들어와서 같이 한 장을 먹었는데 그때 아내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가장 맛있었던 부추전은 어린 시절 시골에 잔치가 있는 집 부엌 뒷문에서 어머니가 눈치껏 집어주던 그 부추전이었고, 가장 맛있었던 잡채는 동에 오르신 회갑잔칫날 밤에 얻어먹는 식은 잡채이고, 가장 맛있는 쇠고기국은 초상집에서 오래오래 끓인 국물에 파를 쑹쑹 썰어 넣은 것이라고..........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제 먹을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먹었던 그 음식이고, 두 번째로 맛있는 음식은 어린 시절에 먹어봤던 음식을 고향 부근에서 우연히 들린 식당에서 먹는 것이고, 세 번째로 맛있는 음식은 속칭 맛집이라고 하는 곳에서 먹는 음식이거나 아내가 해주는 음식일터이다. 만일 당신이 세 번째로 맛있는 음식이 아내가 해주는 음식이라면 당신은 무지 행복한 남자이다. 따라서 난 행복한 남자이다. ^^
난중일기에 보면 임진왜란 때 먹거리가 없어서 죽은 염소를 먹고 떼죽음을 당하는 백성, 명나라 군사가 술 먹고 취해서 토한 음식을 먹는 아이들, 명나라 말똥에서 보리알갱이를 주워 먹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행복한 세상을 살고 있다.
너무 잘 먹고,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버린다.
식당에 가 보면 밥 한 숟가락을 남기고도 반찬 모자란다고 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맨밥을 먹고 나와도 될 것 같은데...............
여러분!!
식당에서 반찬이 조금 모자란다면 그냥 남은 반찬으로 식사하는 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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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8. 23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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